아프가니스탄의 유일한 대외창구인 압둘 살람 자이프(34) 파키스탄 주재 아프간 대사가 전쟁 발발 이후 기자들을 다루는 솜씨가 날로 세련돼 가고 있다는 평이다.기자는 고사하고 비디오ㆍ사진 촬영조차 법으로금지돼 있는 아프간에서 언론을 접할 기회가 없었던 그가 전쟁 초기 기자회견장에서 보여줬던 실수와 촌티가 상당부분 없어지고, 지금은 농담까지 섞어가며 빠르게 서방 언론 분위기에 적응하고 있다.
14세때 처음 소총을 잡은 뒤 1980년 대 구 소련의 아프간 침공때까지 전사로서 용맹을 떨쳤지만, 1년 전 대사로 부임한 이후 기자들과의 대면은 실수와 어설픔 투성이였다. 미국의 대대적인 수도 카불 공습 이후 본국과의 전화선이 끊어진 상태에서 대 서방 성명을 요청 받은 그는 당황한 나머지 파키스탄기자에게 “어떻게 말해야 하느냐”고 조언을 구한 뒤 기자가 일러준 대로 발표할 정도였다. 150여명에 달하는 기자들이 구름처럼 몰려들어 질문을 쏟아낼 때도 한마디 답변못하고 도망치듯 관사로 숨곤 했다.
그러나 공습이 4주째로 접어들면서 회담장 분위기에 익숙해 진 그는 “휴대폰은 꺼주시오” “다음 질문은” 이라고 분위기를 주도할 정도로 180도 달라졌다. 수십개의 마이크에 묻혀 얼굴이 TV에 잘 보이지 않자 베개를 깔고 앉는 여유를 보이기도 했다. 그는 “9ㆍ11 테러 이전 영어를 정기적으로 공부했지만 기자를 상대하는 건 여전히 힘에 벅차다” 며 “그러나 감정적이지 않고 논리적으로 설명하기위해 애쓰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이슬람교도들은 거짓말은 해서는 안 된다고 믿고 있기 때문에 이 같은 일은 더욱 어렵다” 고 고충을 토로했다.
황유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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