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숙영(45) 광주여대 조형예술학과 교수가 그린 얼굴은 대개 음산하고 무섭고 전투적이다.치켜 올라간 눈초리, 비뚤어진 코, 툭 튀어나온 입은 맹수조차 움츠러들게 만드는 아프리카의 방패나 가면을 닮았다.
6일까지 서울 관훈동 인사아트센터(02-736-1020)에서 열리는 그의 8번째 개인전에는 이런 음습한 얼굴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작은 석판화 6점으로 구성된 ‘가면무도회2’(세로 153㎝, 가로 170㎝)가 눈길을 끈다.
가면을 쓰거나 낙서를 한 온갖 얼굴을 약간씩 색을 달리해 찍어냈다. 가면과 낙서 뒤에 거짓과 음모와 술수와 기만이 숨어 있는 역겨운 모습이 느껴진다.
작가가 직접 만든 한지 위에 찍은 목판화 ‘메시지-想念(상념)’(세로 44㎝, 가로29㎝)은 아예 방패 모양의 커다란 가면 뒤로 얼굴을 반쯤 가렸다.
이밖에 심하게 일그러진 얼굴 사이로 고문서를 뜯어 붙인 ‘추억-鄕愁(향수)’, 삼각형 모양의 한지 바탕 위에 얼굴을 채색한 ‘우리는 하나1’ 등 형식면에서도 파격을 꾀한 작품 30여 점을 선보인다.
정 교수는 “삶에 찌든 인간들을 표현하다 보니 예쁜 사람보다는 고뇌에 찬 사람들이 등장하게 된 것 같다”며 “가면과 맨 얼굴의 대비를 통해 인간의 감춰진 내면을 고발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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