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아침, 방송위원회로부터 한 건의 보도자료가 왔습니다. 방송위가 매월 선정하는‘이 달의 좋은 프로그램’ 선정 관련 자료입니다.10월에 좋은 프로그램으로 선정된 것은 KBS ‘수요 기획-아프가니스탄’과 ‘자연 다큐멘터리 한강’, 여수 MBC ‘공룡, 1억 만 년의 만남’, 춘천MBC ‘DMZ’ 등 4편이었습니다. 모두 다큐멘터리가 좋은 프로그램으로 선정됐군요.
하지만 방송사와 시청자들에게 홀대 받고 있는 장르가 바로 다큐멘터리지요.
방송가에선‘잘 만든 다큐멘터리 한 편은 역사를 바꾼다’ 는 거창한 말에서부터 ‘다큐멘터리는방송사 공영성 지수의 척도’라는 말까지 있습니다.
프로그램 개편 때마다 방송사는 공영성 제고를 외치고 있습니다.
이번 방송사의 가을 개편의 경우, MBC가 금요일 밤 11시 5분에 방송하던 다큐멘터리 ‘MBC 스페셜’을 일요일 밤 11시 25분으로 옮겼고, SBS는 오락프로그램만을 두 개 더 신설한 채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은 신설하지 않았습니다.
MBC 편성 책임자는 시간대를 옮긴 것에 대해 “시청자가 편안한 시간대에 편안하게 볼 수 있도록”이라고 말했습니다.
영국, 프랑스 등에서 시청하기 좋은 프라임 타임에 완성도 높은 다큐멘터리를 집중 편성하는 것과는 대조가 됩니다.
시청률 조사기관 AC닐슨에 따르면 올 10월까지 KBS 등 방송 3사의 다큐멘터리 평균 시청률은 6.8%로 지난 해보다 1% 정도 하락했습니다.
다큐 PD들은 요즘 다큐멘터리는 방송이 시작하거나 끝날 때 나오는 ‘애국가시청률’에 근접하고 있다고 자조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다큐멘터리가 시청자의 외면을 받고 있는 것은 시청자의 시청 패턴도 원인이겠지만 방송사의 편성의 문제, 그리고 다양한 실험과 독창성을 갖춘 다큐멘터리의 부족, 시청률만 높은 드라마ㆍ오락프로그램 중시 등 방송사 내부의 원인이더 큽니다.
방송사는 박제돼 버린 ‘공영성 제고’라는 말을 좋은 프로그램 방송으로 다시 살려냈으면 합니다.
배국남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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