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산업생산이 넉 달 만에 상승세로 돌아선 것을 놓고 일각에서 '경기 바닥론'까지 나오고 있지만 그것은 대단히 위험한 생각이다.혹시라도 정부당국이 지표호전을 확대 해석하거나 오판해 왜곡된 정책들을 자기합리화하기라도 한다면 더욱 큰 일이다.
당장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사상 최악의 대졸 취업난이 우리 경제의 실상을 정확하게 반영하고 있다.
9월 산업생산의 지표상 호전은 그야말로 기술적 반등에 지나지 않는다.
우선 올해 추석연휴가 작년과 달리 10월로 넘어가 조업일수가 늘어난 것이 주 원인이다. 기상여건 등 자연적인 조업환경이 좋았던 것도 한몫을 했다.
여기에는 정부의 대대적인 경기부양책의 효과도 있었을 것이라고 본다.
도소매 판매 및 소비지표의 개선, 특히 공공 및 민간부문의 건설경기 약진에서 그 일단을 엿볼 수 있다.
그러나 이것 역시 경제의 근본적 펀더멘털과 무관하게 착시현상을 일으키는 '반짝 거품'의 소산일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무엇보다 안정 성장과 미래 잠재력을 대변하는 설비투자와 수출 지표가 여전히 바닥을 헤매고 있음을 주목해야 한다.
최근 실업률 동향도 마찬가지의 허상을 담고 있다.
실업률이 계속 떨어지고 있다는 통계 발표가 나오고 있지만 실제 체감하는 취업전선의 한파는 최악의 상황이다.
대졸자의 대기업 입사경쟁률이 지난해보다 몇 배 높아져 수백대 1에 이르고 있으며, 석ㆍ박사 취득자들도 일자리가 없어 아우성이다.
그럼에도 정책적 해결수단은 답보상태이어서 상황의 개선 조짐이 전혀 안 보인다.
세계 경제는 갈수록 미궁에 빠져들고 있다. 미국의 아프간전쟁 장기화 여부도 불확실성을 던지고 있지만, 보다 근본적으로는 전통적인 경제 대책들이 실효성을 잃어가는 새로운 형태의 세계적 동반불황이라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크다.
이런 와중에 아르헨티나가 사실상 국가부도사태에 빠져 또다시 국제금융시장에 동요가 이는 등 세계경제는 한치의 앞도 내다보기 어려운 형국이다.
정부는 상황의 실체를 우선 정확하게 판별해야 한다. 미국테러나 아프간전쟁을 불황의 주범으로 몰아가는 식의 대처는 금물이다.
9월 산업생산 지표의 예상 밖 호전을 보더라도 그 같은 설명은 납득하기 어렵다.
경기대책과 같은 대증요법도 물론 필요하지만 부단한 구조조정 등 경제의 기본 토양을 든든히 하는 근본 노력을 배가해야한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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