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소장 그룹들의 인적 쇄신 요구가 거세게 분출되는 상황에서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김 대통령은 30ㆍ31일 부산ㆍ경남을 방문, 업무보고를 받으면서 이에 대해 아무 언급을 하지 않았다.
김 대통령의 심경에 대해 한 당직자는 “격노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당직자는 “소장파의 인적 쇄신요구를 보고 받고 무척 언짢은 표정을 지었다”면서 “3일 청와대에서 열릴 최고위원 회의에서 최고위원들에게 강한 경고를 할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 말이 사실이라면 김 대통령은 최근 당의 움직임을 부정적으로 보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해진다. 야당의 폭로 공세, 언론사 세무조사 등 급박한 국면이 전개될 때는 보이지 않다가 나중에 책임론만 제기한다는 서운함도 있을 수 있고, 소수 여당의 구조적문제점을 외면한 채 어려움만 생기면 대통령 주변에만 책임을 던진다는 불만을 가질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청와대는 대통령의 격노를 부인한다. 유선호(柳宣浩) 정무수석 등은 “대통령은 상황을 쿨(cool)하게보고 있다”고 전했다.
다른 관계자도 “대통령이 쇄신 움직임에 화를 냈다는 것은 전달자의 감정이나 의도가 개입된 것”이라며 “어느 것이 옳은 길인가를 여러 의견을 듣고 객관적으로 정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청와대의 부인에 따르면, 김 대통령이 백지 상태에서 그림을 그리고 있다는 추론이 가능하다.
오랜 정치역정 속에서 민심, 선거의 의미를 잘 아는 김 대통령이 쇄신 움직임에 화를 내기 보다는 오히려 이를 발전적으로 수용하는 방안을 모색 중이라는추측도 나온다.
전망이 상반된다는 것은 확실하게 방향이 정해지지 않았다는 증좌다. 김 대통령은 지금 어떤 선택을 해야,여권의 혼란을 수습하고 내년 지방선거, 나아가 대선 국면을 주도적으로 이끌어 갈 것인지를 고민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영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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