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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헨티나, 또 디폴트 망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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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헨티나, 또 디폴트 망령

입력
2001.10.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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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헨티나의 채무불이행(디폴트) 망령이 되살아 나고 있다.29일 미국 뉴욕증시는 아르헨티나 금융시장에 대한 불안감이 증폭되면서 폭락, 아르헨티나발(發) 경제위기를 예고했다.

최소 380억 달러에 달하는 채무를 재조정하기 위해 아르헨티나 정부가 메릴린치를 자문회사로 고용했다는 소식이 위기의 진원지이다.

투자자들은 이를 아르헨티나의 디폴트 전조로 받아들이며 주식을 투매, 이날 부에노스 아이레스의 메르발 지수는 전날보다 8.67% 떨어진 219.54로 장을 끝냈다.

1999년 7월 이후 가장 큰 하루 낙폭으로, 메르발 지수는 올해 들어 무려 44% 하락했다.

특히 지난 주말 공개될 것으로 예상됐던 아르헨티나 정부측의 경제회생 프로그램이 지연되면서 정부가 투자자들에게 불리한 쪽으로 채무 재조정을 추진할 것이라는 소문이 투자자들의 불안심리를 더욱 자극했다.

현 상황에서 아르헨티나의 채무부담을 덜기 위해서는 채권 이율은 낮추고 만기는 늘리는 방식의 신규 채권 발행이 불가피하지만, 미국의 무디스를 비롯한 세계 신용평가 기관들은 “채권 이율을 지금보다 더 낮춘다면 이는 사실상의 디폴트와 같은 것” 이라며 극히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날국가위험지수(공채가산금리)에서 지금까지 가장 높은 국가로 분류됐던 나이지리아보다 더 높은 기록을 세운 아르헨티나는 모든 것이 혼돈과 불안감에 휩싸여있다.

지난해 국제통화기금(IMF) 등으로부터 400억 달러의 구제금융을 받아 급한 불은 껐으나 광우병 파동으로 인한 농축산물 수출부진, 재정적자의누적 등으로 2차 위기를 맞았다.

IMF와의 협약에 따라 공공부문 임금삭감, 연금지급액 축소 등을 골자로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초긴축 조치도 대규모파업과 야당의 반발로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2년 전 아르헨티나 외채 협상을 이끌었던 훌리오 드레이젠 재무부 차관이 29일 전격 사임했고,14일 실시된 연방 상ㆍ하원 의원 선거에서 여소야대 현상을 고착화시킨 집권당의 패배도 경제회생의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아르헨티나 정부는 30, 31일 중 경기부양을 위한 세금감면, 정부지출 추가삭감, 외채구조 일부 재조정, 기업에 대한 수출보조금 지급 등을 내용으로 하는 새 경제 회생책을 제시하겠다는 방침이다.

또 IMF 등으로부터 신규 30억 달러를 추가 지원 받고, 12월 예정된 12억 달러의 구제금융도 조기집행해 줄 것을 희망하고 있다.

그러나 IMF는 기존 채무 재조정에 대해서도 비관적인 입장인 것으로 알려져 새 경제대책이 효험을 발휘할 수 있을지는 장담하기 힘든 상황이다.

황유석기자

aquariu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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