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의 수도 하노이에서 동쪽으로 180㎞ 떨어진 해안에 중국의 계림을 바다에 옮겨놓은 듯한 하롱베이(Ha long Bay)가 있다.하롱베이는 지질학적으로 중국 남서부의 석회암대에 속한다. 약 12만 년 전 빙하기에 이 지역이 침강하면서 마치 빙산이 바다에 떠 있는 모양으로 수많은 섬이 생겨난 것이다.
하롱의 이름은 용이 내려 왔다는 하룡(下龍)에서 유래한다.
전설에 의하면 외적의 침입이 잦았던 이 곳으로 신이 용들을 내려보냈다. 외적을 물리친 용들은 베트남을 수호하기 위해 남았다.
그들은수 천 개의 섬으로 모습을 바꿨다. 1993년 유네스코가 이곳을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하자 베트남 관광당국은 최근 적극적인 관광정책을 펴고 있다.
하롱베이 여행의 가장 좋은 방법은 유람선 일주.
바이차이 선착장에서 배를 타면서 시작된다. 날씨가 좋으면 먼 바다의 수평선에 수석 전시장처럼 늘어서 있는 섬들의 윤곽을 볼 수 있다.
이름 붙여진 섬만 해도 약 1,000여 개이고 이름 없는 작은 섬까지 합해 약 3,000여 개의 섬들이 모여 있다.
석회 성분을 띤 바다의 색깔은 섬들의 그림자와 어울려 한 폭의 수채화를 연상케 한다.
선착장을 출발한 배가 40여 분을달려 도착한 첫 섬은 동굴섬이다. 선착장 오른편에는 천궁 동굴이 있고 왼편에는 우두머리 동굴이 있다.
천궁 동굴은 석순과 종유석으로 아기자기한 모양을 갖추고 있다. 반면 우두머리 동굴은 깊게 패인 넓은 광장을 갖고 있어 입구에서 동굴의 모습을 한 눈에 볼 수 있다.
천장에는 바다제비들이 지어놓은 제비집이 군데군데 있다. 동굴의 내부는 덥고 습도가 높다. 구경을 마치고 나오면 옷이 땀에 흠뻑 젖을 정도이다.
다시 배에 승선하여 호수와 같이 잔잔한 바다를 미끄러지듯 항해하다 보면 이제 비로소 하롱베이의 한가운데에 들어서 있음을 느낀다.
마치 첩첩산중 골짜기를 들어서고 빠져나가듯 배는 섬 사이사이를 스치며 지난다. 하롱베이의 신비를 모두 돌아보려면 2~3일 정도가 걸릴 정도로 다양한 섬과 뱃길이 있다.
배는 겹치고 엉킨 수많은 섬들을 하나하나 지나며 풀어간다.
유람선의 1층은 식탁이 갖추어진 선실이고 2층은 넓은 나무바닥의 갑판이다.
이곳에서 탁 트인 하늘 아래 좌우로 펼쳐지는 여러 모양의 섬들을 바라보며 남국의 햇살과 함께 일광욕도 즐길 수있다.
보이는 것은 잔잔한 바다와 절벽처럼 둘러쳐진 섬들이다. 섬들은 거의 무인도이다. 주변이 가파른 절벽이니 사람이 살기엔 부적합하여 주민들은 선상생활을 한다. 아마 신이 이들에게 땅 대신에 잔잔한 바다를 준 듯하다.
몇 개의 드럼통을 잇대어 놓고 그위에 2~3칸 정도의 나무 집을 짓고 산다.
그 중 2평 정도의 방에서 몇몇이 모여 배터리로 켠 텔리비젼을 보며 즐거워하고 있다. 한 쪽에는 잡아놓은 해산물을 수중에 보관해 놓은 어망이 있다.
유람선이 다가오면 ‘원 달러’를 외치며 생선을 사 달라고 외친다. 이곳의 어린아이들은 아침이면오는 배를 타고 선상수업을 한다.
호수와 같이 고요한 선상학교에서 자연을 벗삼아 수업을 하는 모습이 인상 깊다.
선실의 뒤편에 작은 주방이 있어 이곳에서 준비한 요리로 선상 오찬을 즐길 수 있다. 베트남 만두인 ‘짜조’는 물론 삶은 게, 새우, 생선 등이 식탁에 오른다. 와인을 곁들인 점심이라면 여행의 여유를 느낄 수 있다.
선장은 어느새 이정표도 없는 섬 사이의 뱃길을 헤치고 나왔다. 초행길의 선장은 미로와도 같은 섬 사이의 뱃길을 쉽게 나오지 못하는 곳, 하롱베이다.
/하롱베이(베트남)=오대근기자 inliner@hk.co.kr
■교통
베트남항공(서울지사02-757-8920)의 하노이 직항편이 있어 하노이, 하롱베이 등 베트남 북부지방으로의 여행이 수월하다.
인천공항에서 하노이까지 주3회(화,목,토), 하노이에서 인천공항까지 주3회(월, 수, 금) 왕복 운행한다.
하노이공항에서 하롱베이까지는 버스로 약 3시간 정도 걸린다. 왕복 4차선도로가 있긴 하지만 수 없이 나타나는 오토바이의 물결에 제 속도를 못 낸다.
아직 대중교통이 편리하지 못하므로 출발 전 현지의 여행사에 예약하면 공항에서 하롱베이까지 연결이 가능하고 호텔 할인도 받을 수 있다. 사이공 투어리스트 (84-4-825-0923)
■여행시기
11월부터 2월까지가 여행하기에 적당하다.
무더위는 5월에서 10월까지 이어지는데 열대성 기후의 영향으로 덥고 습하다. 우리의 가을 날씨와 유사한 11월부터가 더없이 좋은 시기이다.
■ 숙박
하롱베이의 호텔들은 긴 해변의 언덕을 따라 다양하게 늘어서 있다.
그러나 아직 리조트 시설을 갖춘 곳은 드물다. 바로 앞에 펼쳐진 해변에서 해수욕과 함께 제트스키 등을 즐길 수 있는시설 정도가 마련되어 있다.
하노이의 호텔은 호수를 낀 공원 근처를 잡으면 이른 아침 산책하기에 좋다.
■ 환전
베트남의 화폐 단위는 동. 그러나 미달러화가 일반적으로 통용되므로 고액환전을 할 필요는 없다. 1달러 당 1만 4,500동이다.
50달러 미만의 환전은 환율이 불리하므로 예산을 세워 필요한 액수만 환전하는 게 좋다.
많은 돈을 환전하면 부피가 커 가지고 다니기에도 불편하다.
■ 음식
우리에게 잘 알려진 베트남 쌀국수는 베트남인의 주식으로 ‘퍼’라고 한다.
국물에 넣은 채 썰어 넣은 고추는 아주 맵다. 관광객이 이용하는 식당에서는 대개 세트 메뉴로 상을 차리기 때문에 다양한 베트남 음식을 즐길 수 있다.
베트남 민속주인 ‘넹모이’는 마치 호남 지방의 모주와 맛이 비슷해 우리 입맛에 맞는다.
■ 하노이 볼거리
하노이시는 호수가 많기로 유명하다. 호수 근처를 산책하듯 둘러보면 좋다.
특히 도심에 있는 환검(還劍)호수에서는 오후 6시부터 수상무대 공연이 펼쳐진다.
베트남 민속인형극이 볼 만하다. 민속박물관, 호치민묘, 하노이 대극장 주변 등을 거닐면 베트남의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며 볼 수 있다.
혹 오토바이의 물결에 지친 발걸음이라면 레닌공원을 찾아도 좋다. 열대나무가 드리운 시원한 그늘과 함께 휴식을 할 수 있는 공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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