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스크바시티발레단이 24~27일 서울 공연을 마치고 11월 4일까지 지방 6개도시를 돌고 있다. 발레 강국 러시아와 모스크바란 이름의 기대효과 덕분인지 세종문화회관 객석은 거의 찼다.그러나 이들이 보여준 '백조의 호수'는 형편없는 3류였다.
여러 버전을 섞어 짜깁기한 듯한 조잡한 안무, 기본 연습조차 제대로 된 건지 의심스러울 만큼 흐트러진 군무에다 주역의 기량은 주역감이 못 됐으며, 인원 부족으로 남자가 춰야 할 춤을 여자들이 작은 모자로 머리를 감춘 채 추기도 했다.
한국의 대표적 공연장 중 하나인 세종문화회관이 이런 단체를 초청한 것은, 스스로 얼굴에 먹칠을 하며 공신력을 추락시키는 일이다.
그러면서 '정통 클래식발레의 진수' '볼쇼이에 이어 러시아를 대표하는 발레단'이라고 선전했다.
동의할 수 없는 허위 과장광고다. 무용 전문지 '몸'의 편집장 박성혜씨도 왜 이런 단체를 초청했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발레 관련 인터넷에도 관객들의 항의성 글이 올랐다.
모스크바시티발레단의 개런티(항공료, 체재비 제외)는 서울 공연이 회당 1만2,000달러, 전국문예회관연합회가 주선한 지방 공연은 9,000달러.
이름있는 외국 발레단의 개런티는 최소 5만 달러 이상이다. 싼 게 비지떡임이 드러났다.
그리고 세종문화회관은 관객의 신뢰를 잃었다. 좋은 단체는 지방에서 초청하기엔 개런티가 비싸다. 발레를 볼 기회가 거의 없는 지방 관객은이런 공연이라도 감지덕지하란 말인가.
그 돈이면 차라리 국내 단체인 국립발레단이나 유니버설발레단을 초청하는 게 낫다. 두 단체는 세계에 내 놔도 부끄럽지 않을 만큼 훌륭히 성장했다.
/오미환 문화과학부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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