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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라운지 / K-리그 우승 성남 차경복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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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라운지 / K-리그 우승 성남 차경복감독

입력
2001.10.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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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이 져봐야 우승감독 된다"스포츠 지도자는 크게 지장과 덕장으로 분류된다. 흔히 ‘덕장’은 지장이 아닌 평범한 지도자에게 ‘예우’ 차원에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올 시즌프로축구 패권을 차지한 성남 일화의 차경복(64) 감독에게만은 예외다. 덕장이라는 칭호는 쉽게 얻을 수 없는 것임을 몸으로 보여준 진정한 의미에서의‘덕장’이기 때문이다.

차감독의 우승 소감 첫 마디도 “선수 모두가 열심히 해준 덕”이다. 특히 주장 신태용과 유고 용병 샤샤, 중앙수비수 김현수에 대해 드러내 놓고 칭찬하며 미소까지 짓는다.

평소 그답지 않은 행동이지만 그의 50년 축구인생의 마지막 소망이었던 프로축구 정규리그 우승을 이뤄낸 뒤이기에 이해가 간다.

차감독은 대학, 실업팀 감독 시절 매를 잘드는 감독이었다. 처음 프로에 와서 전북 감독을 맡았을 때도 불미스런 일이 있었다.

그러나 성남에 와서는 우스갯 소리를 공부할 정도로 선수들에게 아버지 같은 감독이 되도록 노력을 많이 했다.

실제적인 지휘는 코치에게 맡겼고 자신은 선수단 융화에만 신경을 썼다. 올해 숙소를 떠나 집에 가본 것이 고작 15일 정도. 그는 선수들과 함께 호흡했고 선수들은 최선으로 보답했다.

지혜가 덕을 능가할 수 없음을 그는 행동으로 보여준 것이다. 그의 축구 인생엔 불행한 시절도 많았다.

차감독의 스포츠 인생의 출발은 배구였다. 그러다 전북 정읍 호남중학교때 교내경기에서 축구를 해 우승한 것이 계기가 돼 배구를 그만 두었다. 중동고로 스카우트 돼 본격적인 축구인생이 시작됐다.

그렇게 시작한 축구가 50년이 넘게 이어질지는 자신도 몰랐다. 대학(경희대)을 4년 늦게 들어가 1학년때 결혼했다.

아내에게 말못할 고생을 시켰다. 은퇴후 5년간 은행원(기업은행)으로 일하다 축구계에 심판으로 복귀했지만 이 시절 아내는 더 많은 고생을 했다.

선수, 국제심판, 대학 감독, 실업 감독, 축구협회 기술위원장, 심판위원장 등 축구인으로서 안해 본 분야가 없다. 그만큼 경험이 풍부하다는 의미이다. 환갑을 넘긴 나이에 지도자로 성공한 것은 바로 그 경륜때문이 아닐까.

그에게 지도관을 물었다. “많이 져 본 감독일수록 우승하는 감독이 된다.” 그의 대답은 명료했다. 실패의 의미를 잘 알고 있는 것이다. 그의 취미는 낚시. 이겼을 때는 안가지만 졌을 때 낚시도구를 챙겨 떠난다.

찌를 물에 담가 놓고 작전의 실수였나 선수기용의 실수였나,아니면 상대 전력분석에 착오가 있었나 등을 검토하다 보면 새로운 아이디어가 솟곤 한다. 많이 지다 보면 공부하게 되고 판단력, 분석력이 생기고 자제력까지 얻게 된다.

그는 요즘 선수들이 개인훈련을 도외시하는 것이 안타깝다. 중동고시절 새벽에 남산에 뛰어 올라가면 당시 국가대표 센터포워드였던 최정민(작고) 선배가 달려 내려오며 “이 게으른 놈들아”하고 소리쳤던 일화를 지금도 틈만 나면 선수들에게 들려준다.

그는 한국축구의 문제점을 성실함의 부족에서 찾는다. 젊은 나이에 스타의식에 젖어 자기만 생각하는 플레이를 해서는 팀플레이하는 상대를 이길수 없다는 것이다.

네덜란드 루이스 반 갈 감독이 “창의성은 팀플레이안에서만 존재해야 진정한 창의성”이라고 한 말과 일맥상통한다.

그는 성남의 우승원동력을 ‘응집력’으로 꼽는다. 주장 신태용이 우승의 고비가 됐던 수원 삼성전을 이틀 앞두고 합숙을 자청한 것이 더없이 고마웠다고 한다.

그래서 그는 “응집력이 갖춰진 이상 3연패에 도전하고 싶다”는 의지를 밝힌다.

“사실 너무 힘들어 우승하건 못하건 올해로 감독생활을 끝내려고 했다”는그는 “이 나이가 되도록 늘 곁에 없는 남편을 믿고 따라준 아내에게 제일 미안하다”고 속마음을 털어놨다.

그리고 “다시 태어나도 축구를 하겠다”고 했다. 참고로 차감독의 주량은 맥주 반잔이어서 술자리서 어울리기는 어렵다.

●차경복감독 약력

▲1937년1월10일생 ▲68년경희대졸업 ▲62∼66년 국가대표 ▲67년 경희대감독 ▲73년 기업은행감독 ▲94년 전북감독 ▲98년 성남감독

‘덕장 ’차경복 감독은 “욕심 없이 아래만 보고 살아 왔는데 이제는 내친김에 정규리그 3연패(連覇)에 도전하고 싶다”며 “다시 태어나도 축구외길을 걷고 싶다”고 말한다.

글=이범구기자

gogum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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