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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세상] (122)어리석은 골퍼가 캐디와 다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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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세상] (122)어리석은 골퍼가 캐디와 다툰다

입력
2001.10.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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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장에서 가장 어리석은 사람은 누구일까.스코어에 지나치게 집착하는 사람, 남몰래 룰을 어기는 사람, 미스 샷 때문에 분노의 불길에 휩싸이는 사람, 너무 잘 나가다가 바로 그 순조로움 때문에 나락으로 떨어지는 사람, 가벼운 내기에서 잃었다고 억울해 하는 사람 등을 떠올리겠지만 이런 골퍼는 나은 편이다.

골프의 속성상 이 정도는 애교로 봐줘도 된다. 정말 어리석은 사람은 캐디와 다투는 골퍼이다.

골프는 철저하게 자신과 외로운 싸움을 벌여야 하는 운동이다. 3~4명이 한 조를 이뤄 플레이하지만 동반자로부터는 도움을 얻을 수 없다. 고독한 싸움에서 유일하게 내 편이 되어줄 수 있는 사람은 바로 캐디이다.

캐디없이 자신의 핸디캡대로 플레이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거리나 방향, 코스 곳곳에 도사린 함정, 그린의 복잡한 흐름 등을 제대로 읽어낼 수가 없다. 최소한 5타 이상, 많게는 10타는 더 치게 된다. 이는 곧 캐디의 말을 제대로 들으면 최소한 5타 이상은 줄일 수 있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많은 골퍼들이 캐디와 다투는 실수를 범한다. 한두번 일러준 거리가 자기 생각과 맞지 않거나 그린의 기울기를 잘못 읽었다고 캐디를 믿지 못하고 자기혼란에 빠지고 만다. 골프장에 관한 한 캐디가 플레이어보다 수십 배의 정보를 갖고 있다.

캐디가 아주 신참이 아니라면 골프장에서는 자신의 판단보다는 캐디의 판단을 더 믿고 조언을 고맙게 받아들이는 게 최선책이다.

훌륭한 캐디는 골프 외적인 중요한 징후까지 놓치지 않는다. 미국의 한 선박회사 사장이 친한 캐디와 라운드를 끝내고 18홀을 떠나려 하자 캐디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주제넘은 말 같지만 병원에서 정밀검사를 받아보시지 않겠습니까?”사장이 놀라서 이유를 묻자 캐디가 대답했다.

“사장님 몸이 이상한 것 같습니다. 거리가 예전 같지 않아 오늘은 모든 클럽을 하나씩 길게 드렸습니다. 어딘가 이상한 것 같습니다.”사장은 다음 날 바로 병원으로 가서검사를 받았는데 간 기능에 이상이 있다는 사실이 발견되었다. 의사는 그대로 방치했으면 위험할 뻔했다고 말했다.

미국의 유명한 코미디언이 친한 캐디와 한 라운드를 돌았다. 18홀을 끝난 뒤 캐디가 말했다. “눈 검사를 받는 게 좋겠는데요. 퍼팅라인이 아무래도 이상합니다.”‘설마 그럴 리가…’라고 생각하면서도 안과를 찾았더니 녹내장 초기라는 사실이 발견되었다.

캐디(caddie)라는 어원은 스코틀랜드의 메어리 여왕이 세인트 앤드루스에서 골프를 할 때 프랑스 귀족의 젊은 자제들인 카데(cadet)를 대동한데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방민준·광고본부 부본부장

mjb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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