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종로구 중학동 한국일보 지척에는 공교롭게도 관(官)과 민(民)의 건물 두채가 나란히 신축 중에 있다.국세청 신청사와 S생명 수송동 사옥으로, 둘 다 지상 16층 연면적 1만4,000평 안팎의 비슷한 규모. 그러나 공정에서는 큰 차이가 난다. 지난 10개월간, 이 차이를 비교하는 재미가 쏠쏠했다.
■국세청 청사는 99년 10월, S생명 건물은 2000년 12월에 공사를 시작했다.(S생명 건물은 그 전에 지하층 공사가 마무리 된 상태였다.)
그런데 지금 늦게 착공한 건물은 외양을 번듯하게 갖춰가고, 일찍 착공한 건물은 얼마 전에서야 기둥과 천장공사를 마쳤을 뿐이다.
그래선지 공사장 분위기도 달라보인다. 한쪽은 왠지 정교해 보이고, 다른 쪽은 허술해 보인다.
두 곳을 비교하면서 엉뚱하게도 관과 민의 효율성 게임을 보는 듯한 착각에 빠져 가끔씩 재미를 느꼈던 것이다.
■이런 착각으로 인해 두어 번 국세청이 괘씸하다고 생각해 본적이 있다.
딱히 공기를 단축할 이유가 없어서인지 모르지만, 그래도 부지하세월인 양 느려 터지게 공사를 하는 것을 보고 은근히 부화가 났던 것이다.
국세청은 지금 초호화빌딩에 세들어 있는 데, 공기가 길면 그만큼 공사비도 많아지고 사무실 임대비도 많이 들 터인데, 결국 그 비용은 누구의 돈으로 충당하는 것인가.
제 돈 아니고 국민의 호주머니에서 나올 돈이라고 함부로 쓰는 것은 아닌가. 이런 생각이 미쳤던 것이다.
■자고로 권력의 근처에 있는 사람들은 이미지가 좋지 않은 법이다. 국세청도 권력 기관이다.
언론사 세무조사 때 국세청은 그 권력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게다가 정도세정을 내세우며 세무조사를 지휘했던 사람이 강남 노른자위 땅에 훼밀리 타운을 소유한 사실이 드러났으니, 국세청 이미지가 썩 좋을 리없다.
바로 그 장본인은 주장했었다. 언론사 세무조사를 독자적으로 결정했노라고.
그러나 최근 정권이 작용했음을 시사하는 책이 발간됐다. 국세청신청사가 주변의 민간건물과 비슷한 공정으로 지어진다면, 이런 '불손한 생각' 을 안 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이종구 논설위원 jonk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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