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회초 2사 후 뉴욕 양키스 데릭 지터가 친 볼이 2루수 크레이그 카운셀의 글러브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순간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의 선발투수 랜디 존슨은 마운드에서 두 손을 번쩍 치켜들었다. 열광한 홈팬들도 ‘양키스는 과거, 애리조나는 미래’라는 응원문구를 들고 기쁨을 함께 나눴다.양대리그를 오가며 사이영상을 3번이나 받은 특급투수 존슨은 프로 13년만에 치른 월드시리즈 데뷔무대를 완봉승으로 장식했다.
존슨은 29일 오전(한국시간) 애리조나주 피닉스의 뱅크 원 볼파크에서 계속된 제97회 월드시리즈 2차전서 뉴욕 양키스를 9이닝 동안 3피안타, 11탈삼진, 무실점으로 막고 팀의 4-0 승리를 이끌었다.
이로써 애리조나는월드시리즈 통산 27번째 우승과 4년 연속 우승을 노리던 양키스를 상대로 2연승, 창단 후 첫 우승에 한 발 다가섰다. 3차전은 로저 클레멘스(양키스)와 브라이언 앤더슨(애리조나)의 맞대결로 31일 오전9시 양키스타디움에서 열린다.
▦ 원ㆍ투펀치에 휘청이는 양키스
애리조나의 제1선발 커트 실링은 1993년 월드시리즈 5차전 당시 필라델피아 필리스 유니폼을 입고 토론토 블루제이스를 완봉으로 제압했다. 이날 경기 전까지 월드시리즈에서 나온 최후의 완봉승이었다.
제2선발 존슨은 그 기록을 그대로 대물림한 것을 비롯, 애리조나의 원투펀치는 올 포스트시즌서 팀에 무려 7승1패를 선사했다. 애리조나는 2회말 무사 1루 상황서 5번 대니 바티스타의 2루타로 선취 득점에 성공하며 전날 분위기를 그대로 이어갔다.
7회말 1사 1루. 또 다시 바티스타의 타구가 호투하던 상대선발 앤디 페티트를 맞고 유격수 쪽으로 꺾이며 내야 안타로 돌변했다. 조 토레 양키스 감독이 마운드로 올라가 분위기 반전을 노렸다.
하지만 다음타자 매트윌리엄스가 볼카운트 1-0에서 좌측 담장을 넘기는 125m 쐐기 3점포를 쏘아올려 승부를 갈랐다. 페티트는 7이닝 동안 4피안타, 8탈삼진으로 호투했으나 이틀연속 3안타로빈공에 허덕인 타선을 원망할 수 밖에 없었다.
▦ 자신만만한 김병현
아시아인 최초로 월드시리즈 등판을 기대했던 김병현(22)은 7회말 공격이 끝난뒤 클렌 셔락 불펜코치로부터 “8회초 존슨이 주자를 내보내면 교체 투입될 수 있다”는말과 함께 워밍업을 지시받았다. 8회 연속 2타자에게 안타를 맞아 무사 1, 2루의 위기에 내몰린 존슨이 삼진과 병살타로 위기를 모면, 등판기회를 잡지 못했다.
9회 또 다시 불펜에서 몸을 만들던 김병현은 존슨이 호투하는 바람에 끝내 봅 브렌리 감독의 호출을받지 못했다. 아이싱을 한 채 라커룸으로 들어선 김병현은 “내가 등판하는 것은 팀 승리를 확정 짓기 위해서다. 결과적으로 목표를 달성해서 기쁠 뿐이다”라고 담담하게 말했다.
귀 마개를 가져가야 할 정도로 열광적인 양키스 팬들 앞에서 잘 던질 자신이 있느냐는 질문에 김병현은 “500명이든 5만명이든 똑같은 것 아니냐”며 강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김병현은 이날 곧바로 뉴욕으로 이동했다.
정원수기자
noblelia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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