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현행 세법이 너무 어렵고 복잡해 국가적으로 매년 1조원 가량이 ‘납세 협력비용’으로 낭비되고 있다는 판단에 따라 세법을 중장기적으로 알기 쉽게 고치기로 했다.재정경제부 관계자는 29일“그동안 우리나라 세법의 내용과 체계가 모호하고 복잡해 소득세 원천징수 등과 관련, 납세자들이 막대한 ‘납세 협력비용’을 부담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며“지난 해 조세연구원이 제출한 보고서를 바탕으로 세법을 알기 쉽게 고치는 작업에 착수했다”고 말했다.
■ 1조원에 달하는 납세 비용
조세연구원이 제출한‘알기 쉬운 세법’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세법은 잦은 개정으로 세법의 내용과 체계가 갈수록 복잡해지고 있으며, 그에 따른 사회적 비용도 급증하고 있다.
조세연구원은“소득세 원천징수 등과 관련,납세자들이 세무상담이나 소송 등 간접적으로 부담하는‘납세 협력비용’이 납부세액의 최대8.7%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올 해 소득세 예상 규모(18조1,961억원)와 소득세의 3분의2가 원천 징수된다는 것을 감안하면 납세 협력비용은 1조553억원에 달한다.
또 세목이 늘어나면서 세제의 단순성을 나타내는 ‘집중계수’가 1970년 수준으로 하락하고 있다. 조세연구원에 따르면 우리나라 세수의 ‘집중계수’는 1986년0.161, 1987년 0.159를 기록했으나 90년대 이후 급격히 하락해 97년에는 ‘집중계수’가0.112로 1970년 수준(0.112)으로 떨어졌다.
조세연구원은 보고서에서“집중 계수가 낮다는 것은 세수가 여러 세목에 분산,조세구조가 복잡해지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고 설명했다.
■ 어렵고 모호한 세법
60년전의 일제시대 용어가 아직도 사용되거나, 개별 세법마다 개념이 다른 용어가 혼용되면서 납세자들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또 국세인 소득세 및 법인세는 관할 세무서에 신고하는 반면 소득세ㆍ법인세의 일정비율로 징수되는‘소득할 주민세’는 시ㆍ군ㆍ구청에 신고하는 등 복잡한 징수체계도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조세연구원은“국세와 지방세의 서로 다른 징수체계 때문에 주민세를 제때에 내지 못해 20%나 되는 가산세를 부담해야 하는 납세자의 비율이 40%에 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재경부는 복잡한 세제를 정리하기 위해 지난해 말31개에 달하는 세목을 대거 정리하기로 했다.재경부 관계자는“올 들어 전화세와 자산재평가세를 폐지하거나 실효시켜 세목 수를 29개로 줄였다”고 말했다.
재경부는 또 납세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순서도나 수식,도표 등을 세법에 도입하는 한편 ‘시가’,‘건물의 평가방법’등 세법별로 개념이 다른 용어도 통일시키기로 했다.
또 일제시대 용어를 쉬운 우리말로 바꾸는 한편 복문 형태의 복잡한 문장을 가능한 한 단문위주로 정리하기로 했다.
재경부 관계자는 “영국,호주 등이 세법 단순화에 착수하는 등 세법을 알기 쉽게 고치는 것은 국제적 추세”라며“일반 납세자와 관련이 깊은 소득세와 상속세 부터 쉽게 고쳐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조철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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