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ㆍ보선 패배 이후 민주당에서 거세게 제기되는 당ㆍ정ㆍ청 쇄신론, 대선 후보 조기가시화 논란은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에게 무거운 짐으로 다가오고 있다.“제목은 있지만 내용이 없다”는 비유처럼 당위론적으로는 그럴듯하지만, 현실적으로 실행하는데 애로 사항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당ㆍ정ㆍ청 쇄신론만 하더라도 “바꾸자’는 얘기는 쉽지만 “어떻게 바꾸느냐”는 각론에서는 해답을 찾기가 만만치않다.
당에서는 측근과 가신의 배제, 신선한 인물의 발탁 등 대대적인 변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하지만 임기말로 접어들어 인재 풀이 더욱 좁아진 상황에서 ‘덕망,추진력, 행정경험, 개혁성 있는’ 새 인물을 찾는다는것은 쉽지는 않다.
실제 9월 초 개편에서 청와대진용이 이른바 새 인물들로 대거 채워지면서 오히려 청와대의 동력이 현저하게 떨어졌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정치력은 물론, 행정 경험조차 부족해부처간 업무조정, 정치적 현안의 대처에 있어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심지어 이상주(李相周) 비서실장의 한 비서는 재ㆍ보선 패배에 대해 “우리와는 상관없는 일”이라는 말을 할 정도로 소속감조차없는 태도를 취하기도 했다.
대선 후보의 조기가시화 문제도 역대 대통령이 그랬듯 김 대통령의 난해한 숙제다.
자신의 권력과 위상을 나눠야 한다는 측면 외에도 조기가시화가 대선 레이스의 과열을 부추겨 임기후반 1년을 백지상태로 만들 수 있다는 점이 부담이다.
김영삼(金泳三) 전 대통령이 아들 현철(賢哲)씨의 구속 이후 국정에 손을 떼다시피 한 것이 IMF를 초래한 한 원인이 됐다는 점도 임기 말의 반면교사(反面敎師)로 작용하고 있다.
그렇다고 아무 것도 안 할수도 없는 처지다. 이대로 가면 내년 지방선거, 나아가 대선에서도 어두운 결과가 예측되기 때문이다.
국민감정을 자극한 권력 주변의 온갖 음습한 구설수들도 정리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처럼 ‘뭔가를 해야 하는’ 당위와 ‘하고싶어도 하기가 어려운’ 현실 사이의갭이 김 대통령의 고민을 깊게 하고 있다.
그러나 그 고민은 통치자인 김 대통령이 숙명적으로 안아야 할 숙제이며 해답도 그의 몫이다.
이영성기자
leeys@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