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알고 지내던 미국계 금융회사 인사담당 임원은 최근 "올 가을 채용은 빈자리를 채우는 수준"이라며 "솔직히 신규 대졸자보다는 실무경험이 있는 인재를 찾고있다"고 털어놓았다.실무경험이 없는 대졸자들의 직장 진입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비단 외국인 금융회사뿐 아니라 일반 국내 기업에서도 경력사원을 선호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더욱이 '취업 국경'이 없어지면서 미국, 영국 등지에서 공부한 한국의 인재들까지 국내로 밀려들고 있다.
이들은 외국 대학에서 취업실무경험을 한 인재들로 국내 대학 졸업자들은 취업전선에서 버거운 싸움을 벌일 수 밖에 없다.
대졸자 채용규모가 대폭 줄어들고 경력자 중심 채용 바람이 불고있는 와중에 실무경험과 외국어로 무장한 이들과 경쟁하는 것은 여러모로 불리하다.
하지만 우리 대학에서는 실무경험의 기회를 거의 갖지 못한 '책상물림' 인력들을 대거 배출하고 있다.
미국 대학에는 '인턴 휴학제도'가 있지만 한국 대학에는 이런 것이 없다.
"학생이 공부를 해야지, 대학이 무슨 취업 대기소인가?"라는 식이다.
이런 상아탑 지상주의적 행태로 인해 국내 대학생들은 졸업 때까지도 제대로 된 실무경험을 할 기회가 거의 없다.
진리탐구, 인격도야가 대학의 주요 역할이라지만 진로 선택과 이를위한 준비를 하는 곳 역시 대학이다.
교육인적자원부도 대학 졸업자들이 취업전선에서 어떤 평가를 받는지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때다.
중소기업청에서 인턴십 프로그램을 기획하는 것에 그칠 일이 아니다.
가능하다면 모든 대기업, 외국기업 등에서 재학 중에 실무를 체험하게 하는 획기적 프로그램을 도입해야 한다.
이런 변화가 없다면 국내 대졸자의 경쟁력은 현저히 떨어질 수 밖에 없다. 대졸 신입사원을 채용해 본격적으로 일을 맡기려면 1년 반이 지나야 하고 이 기간 동안 1조원에 달하는 비용이 들어간다는 분석도 있다.
한국의 대학들은 잠에서 깨어나야 한다. 교과서로 가르치는 교수보다 발로 뛰면서 가르치는 교수가 필요하다.
학생들이 실무경험을 통해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게 하는 시스템이 구축되어야 한다.
기업들이 몇 천명, 몇만명에 이르는 '책상물림' 인재를 채용 물돈을 쏟아부으면서 일을 가르쳐야하는 '아시아적 채용'방식은 더 이상 존재하지않는다 .
즉시 현장에 투입해서 기술과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는 인재를 요구하는 '미국적 채용'이 주류가 되고 있다.
/김농주 연세대 취업 담당관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