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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경 새 장편 '사랑을…' 상처가 사랑을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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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경 새 장편 '사랑을…' 상처가 사랑을 묻는다

입력
2001.10.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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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김형경(41)씨가 새 장편소설 ‘사랑을 선택하는 특별한 기준’(전2권ㆍ문이당 발행)을 발표했다.김씨가 1999년 6월 문득 한국을 떠나 2년여간 유럽등 해외를 떠돌다 돌아온 후 전작으로 내놓은 작품이다.

‘새들은 제 이름을 부르며 운다’ ‘세월’ 등에서 이전의 장편에서 그가 보여준 문제의식이 결집된 작품이라 할 만하다.

그가 새 작품에서 탐사하는 것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여성의 사랑이다.

김씨는이 소설에서 한 등장인물의 말을 빌어 “독신 여성이기 때문에 세 걸음에 한 번씩은 겪어야 하는 편견들과 제도적 불합리함”을 여성의 ‘정신분열적인 조건’이라고 말한다.

이러한 조건에서 “사랑이란 자기가 누구인가를 알아가는 과정이고, 자기의 한계를 벗어나기 위한 투쟁이며, 자아가 확장되는 것을 느끼는 일이다.”

작가 김씨는 여성의 그 자기 확인과 투쟁, 그리고 자아의 확장을 마치 동전의 양면과도 같은 두 주인공, 인혜와 세진의 삶의 역정을 통해 보여준다.

30대 중후반 전문직 여성들의 모임인 ‘오여사’(오늘의 여성을 생각하는 사람들)의 창립 준비 모임에서 둘은 우연히 재회한다.

중고교 동창으로 대학 초년 때까지도 한 방을 쓰던 친구였지만, 점점 곁을 주지 않고 변해가던 세진의 어느날 외박으로 인혜는 세진과 결별한다.

이후 인혜는 성불능에다 폭력과 음주를 일삼는 남자와 결혼했다 헤어지고 여러 남자를 거쳐왔다. 그녀에게 삶이라는 것은 일종의 우연이거나 농담일 뿐이고, 사랑은 그보다 더 가벼운 무엇이 되어버렸다.

어린 시절 인혜에게 말 한 마디 행동 하나가 그 누구보다 확신에 찬 것처럼 보였던 세진은, 사실은 유년기 이후 치유하기 힘든 상처들을 안고 자라왔다.

태어난 직후부터 외할머니 손에 자라, 초등학교 5학년 때 부모가 이혼하고, 자신은 대학 2학년 때 선배에 성폭행당했다.

겉보기와는 달리 항시적인 피해의식과 삶에 대한 분노 상태에 있던 세진은 신경정신과 치료는 물론 접신(接神) 의식까지 통해 자신의 무의식을 더듬어간다.

소설로서의 ‘사랑을 선택하는 특별한 기준’은 이런 스토리를 흡인력 있는 문장으로 펼치면서 현 시대 여성의 삶을 보여주고, 그 속에 작가가 의식적으로 설정해 놓은 ‘정신 분석’의 장치를 통해 과연 여성의 정체성이란 무엇인가 하는 문제를 탐구하고 있다.

한 평자의 말처럼 김씨의 이 소설은 최근의 페미니즘 문학을 결산하는, ‘여자로 사느라고 골병이 든 우리들을 위한 원고지 2,600매짜리 처방전’으로 읽힐 법하다.

/하종오기자joh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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