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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저금리 애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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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저금리 애환

입력
2001.10.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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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을 대학에서 보낸 한 퇴임 교수는 후회가 이만저만 아니다.퇴직금을 절반은 일시금으로, 절반은 연금으로 신청한 잘못 때문이다.

처음엔 목돈으로 얻는 이자가 든든했으나 지금은 애물단지처럼 변했다. 갈수록 줄어든 이자로는 생활이 어려울 지경이고, 자칫하다간 간접투자를 해도 원금이 뭉텅 잘릴 판이다.

일시금을 받지 않아 상대적으로 연금이 두둑한 사람이 얼마나 부러운지 모른다고 한다.

■최근 이자생활자가 많이 늘어났다.

노후생활을 이자에 의지하는 가정도 있지만 젊은 퇴직자가 얼마간의 퇴직금 이자에 목을 맨 것처럼 사는 경우도 볼 수 있다.

그런데 이들에게 초저금리 정책은 생존을 위협하고 있다.

외환 위기시 20%가 넘던 금리가 지금은 반의 반으로 줄어들고 그것도 세금을 4분의 1이나 떼어간다고 하소연이다.

있는 돈을 다 털어 살던 집에 다세대주택을 지어 월세를 받는 붐이 불고 있으나 아무나 할 수 있는 일도 아니다.

■가게를 그만둔 어느 노부인은 인생이 서글프다고 말한다.

"젊을 때 자본없이 장사를 했지요. 하루 종일 가게 보느라고 자식이 어떻게 컸는지도 모르는데 번 돈은 집세와 이자로 거의 다 내줬지요. 은행돈은 주지 않아서 못 썼고, 사채는 이자가 얼마나 무서운지 아세요? 지금은 가게를 정리하고 은행이자를 받는데 이게 그렇게 적을수 없어요. 이리저리 이자에 휘둘려서 살아온 세월이 허망해요."

■한국은행이 28일 저금리를 걱정하고 나섰다.

노령층에 물리는 이자소득세의 감면을 촉구하는 보고서는 무서운 예측까지 하고 있다.

이자에 붙는 세금과 물가상승률을 따지면 실질금리는 연 1%도 안된다는 것이다. 즉 원금을 까먹어야 생활이 가능하기 때문에 시간이 갈수록 금리생활자의 돈은 없어져 생계대책이 시급하다는 말이다. 이제 영악해야 살아남는 세상이 됐다.

우직하게 평생토록 일하면 노후를 보장해주는 사회는 얼마나 좋을까? 나이 들어 불쌍하게 살지 않으려면 무슨 대책이라도 세워놓아야 할 것 같다.

/최성자 논설위원 sj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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