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아침을 열며] 낡은 정치위에 희망은 없다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아침을 열며] 낡은 정치위에 희망은 없다

입력
2001.10.30 00:00
0 0

우리 나라정치가 돌아가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정치가 이렇게 엉망인데도 경제가 돌아가고 사회가 유지되고 있다는 것이 신기하다는 생각이 든다.우리의 정치가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잃고 정치인이 조롱거리가 된지 이미 오래다.

최초의 여야간 정권 교체로 성립한 '국민의 정부'가 지난 4년간 보여준 행태는 실망스럽기 짝이 없다.

권력층의 부패와 권력남용, 정경유착, 지역편중인사, 지역편중 자원배분, 밀실보스정치 등 과거독재정권에서 나타난 온갖 나쁜 모습을 그대로 보이고 있다.

특정지역의 향우회와 특정 고교의 동창회가 권력 줄대기 로비의 창구로 전락한 것은 TK정권 때보다 더 심하다는 소리가 나올 정도다.

과거 TK 정권이 지역편중인사를 통해 30년 동안에 걸쳐 야금야금 차지한 권력 요직들을 현정권은 3년만에 차지해 버렸다.

과거 독재정권 때는 아예 내놓고 특정지역이 독식을 했지만, 현정권은 지역편중인사를 없애겠다고 말해놓고는 더 심한 독식을 하고 있다.

이전에 영남으로 떨어지던 떡고물이 지금은 호남으로 떨어지고 있다. 여기서 어디까지나 고물이지 떡이 아니라는 점에 주의해야 한다. 떡은 예나 지금이나 서울의 권력자들이 차지한다. 정경유착을 척결하겠다는 공약이 무색하게 새로운 정경유착이 생겼다.

과거에는 재벌과 유착했지만 이제는 벤처기업과 유착하고 있다. 국세청을 동원한 언론개혁이 공정언론의 창달이아니라 정권을 비판하는 신문사에 대한 탄압으로 끝나버렸다.

이러한 정권의 실패 때문에 현정부가 실시한 여러가지 민주적이고 합리적인 정책들이 빛을 바래고민족의 장래가 걸린 남북통일 문제가 정쟁의 대상으로 되어버렸으니 안타깝기 짝이 없다.

현 정부의 실패가 민주세력의 실패로 간주되고 있으니 묵묵히 민주운동에 헌신하고 있는 진짜 민주세력에게는 억울한 일이다.

제1당인 야당은 이러한 정권의 실패에 대하여 대안제시 없이 사사건건 물고 늘어지고 치졸한 폭로만 일삼고 있으니 이 또한 얼마나 개탄할만한 일인가.

지역감정 조장,색깔론 제기 등 지난 4년 내내야당은 소모적 정쟁만 일삼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여야간에 국민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정책대결은 없고 국가 장기발전을 여야가 함께 논의하는 모습을 찾아볼 수 없다.

40년을 2인자로 권력을 누려온 유신본당은 터무니없는 노욕을 보이고 있고 대통령을 지낸 한사람은 회고록을 쓰며 조용히 지내거나 낙향하여 지역사회에 봉사할 생각은 않고 정권창출에 나서겠다고 한다.

3김 보스정치는 공익을 대변해야 할 국회의원들을 이 보스들의 권모술수와 밀실 야합에 따라 움직이는 졸개로 만들어 버렸다.

비전도 없고 신의도 없이 오직 당리당략에 눈먼 정치모리배와 선동가들이 정치를 좌지우지하고 있다.

이는 반세기를 넘은 구정치의 추악한 모습들이다.

21세기에 진입한 오늘날 19세기의 퇴영적정치가 지속되고 있으니이 얼마나 불행한 일인가.

디지털 경제와 지식기반경제로 집약되는 21세기 신경제가 요구하는 유연하고 소프트하며 스마트한 새 정치와는 전혀 딴판인 이 낡은 정치가 청산되지 않고서는 우리의 경제와 사회에 희망이 없다.

급변하는 세계정세속에서 비전을 가지고 올바른 국가전략을 수립하여 일관되게 추진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정치, 다양한 계층의 이해를 공익에 기초하여 조정할 수있는 능력을 가진정치, 경제주체들이 정부를 신뢰할 수 있게 만드는 정치가 절실히 요청되고 있다.

이러한 새정치가 없으면 21세기에 신경제를 구축하고 신사회를 형성할수 없다.

진정 이러한 희망의 새 정치를위한 새로운 게임의 규칙은 무엇이며 새로운 틀은 어떻게 짜고 새로운 정치세력은 어디에 찾을 수 있는가.

이는직업 정치인만이 아니라 지역과 나라의 장래를 걱정하는 사람들이 함께 고민해야 할 숙제다.

김형기 경북대 경제학과 교수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