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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복교수의 별과 세상] 정과정곡의 '지는달 새벽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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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복교수의 별과 세상] 정과정곡의 '지는달 새벽별'

입력
2001.10.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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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선조들은 예로부터 자연을 사랑하고 시와 음악을 좋아했다. 전해 오는 시가 중에는 달과 별이 적잖이 등장한다.한 예로 고려 의종 때인 1151년에 정서(鄭敍)라는 분이 쓴 정과정곡(鄭瓜亭曲)이 있다.

이 시에서 그는 자신이 억울하게 유배당한 것을 하소연하고 또한 왕에 대한 변함 없는 충절을 읊고 있다.

‘내 님을 그리자와 우니다니, 산 접동새 난 이슷하요이다, 아니시며 거츠르신 달 아으, 잔월효성(殘月曉星)이 아라시리이다….’

여기 등장하는 잔월효성은 무엇일까? 이시를 풀이해놓은 책을 살펴보면 대부분 ‘지는달 새벽 별’이라고 말하고 있다.

이를 실제 나타난 천문현상이라고 전제하면 이런 해석내용과는 전혀 다르다.

접동새는흔히 소쩍새로 일컬어지는데 밤새도록 가슴 속에 맺힌 한을 토해 내는 새를 상징한다.

이러한 시의 분위기로 보아 시간은 새벽임을 암시하고 있다. 그리고 ‘잔월’은 보름달이 아니라 아마도 초생달이나 그믐달과 같이 많이 이지러진 모습일 것이다.

그믐달은 해가 떠오르기 직전 동편 하늘에 보이는 달이다. 따라서 여기서 말하는 잔월은 해 떠오르기 직전에 동편에보이는 그믐달일 것이다.

그러면‘효성’은 무슨 별을 말하는 것일까? 이는 수많은 뭇 별을 말하는 것이 아니고, 새벽 가장 늦은 시각까지 볼 수 있는 밝은 금성(金星)일 것이다.

금성은 샛별, 효성, 태백성 등 여러 이름을 갖고 있다. 금성은 지구의 궤도보다 안쪽에서 태양 주위를 공전하기 때문에 지구에서 금성을 관찰하면 항상 태양에서 멀지 않은 위치에 나타난다.

이 때문에 금성은 시기에 따라 초저녁 해가 진 직후 서쪽하늘에 보이거나 해가 떠 오르기 직전 새벽 동쪽 하늘에서 밝게 빛난다.

그러므로 이 시에 나오는 잔월효성은 새벽 직전까지 밤하늘을 지키는 그믐달과 그 근처에 있을 금성을 말한 것이다.

즉 자신의 무죄를 밤새도록 울고 있는 소쩍새와 뭇 별은 물론, 밝아오는 새벽 하늘에 마지막까지 남아 있는 그믐달과 금성까지도 알고 있음을 강조한 내용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그야말로 천지신명에 맹세코 잘못이 없음을 알리는 것이다.

이와같이 선조들이 남긴 시에 등장하는 달과 별은 자연에 일어나는 사실 그대로를 사실적으로 표현하고, 그 마음을 담고 있다.

/서울교대 과학교육학과 yblee@ns.seoul-e.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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