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백색 가루 우편물 소동은 탄저균과 무관한 것으로 드러났다.미국을 휩쓴 탄저균 테러 공포가 세계로 확산된 형편에 공연히 소란을 떤 것으로 탓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탄저균이 아닌 것을 그저 다행으로 여기거나, 과민 반응을 경계하는 데 그칠 일은 아니다. 소동의 재발을 막으려면, 그 원인과 책임을 냉정하게 따질 필요가 있다.
소동의 직접 원인은 물론, 탄저균위협이 우리에게도 닥칠 수 있다는 불안감에서 비롯된 과민 반응이다.
그러나 과민 반응만을 탓하는 것은 국민이 탄저균 위협의 실체를 그릇 인식하는데 기여한 정부와 언론의 책임을 간과하는 것이다.
정확한 정보 제공 책무에 소홀한 채, 분별없는 보도와 테러 대비책으로 불안을 부추긴 과오를 추궁하고 반성해야 마땅하다.
먼저 언론은 탄저균 위협 사태를 과장, 왜곡한 미국쪽 보도와 주장을 분별없이 뒤따른 잘못이 크다.
무엇보다 탄저균 우편물 위협이 생물학 무기와 거리 멀고, 미국에서 늘 있는 실험실용 탄저균 협박 사건과 비슷하다는 사실을 외면했다.
해마다 양털깎기 인부 수십명이 탄저병에 걸리고, 그 5%가 호흡기 감염이란 사실도 무시했다.
오히려 뚜렷한 근거 없이 빈 라덴의 소행으로 모는 주장만 골라 과잉 보도, 막연한 불안감을 조성하는데 이바지했다.
실험실용 탄저균은 대기 중 살포와 호흡기 감염을 통한 대량 살상이 불가능하다.
또 생물학 무기로 만들려면 고도 기술과 투자, 오랜 기간이 필요하다. 이 때문에 탄저균 위협 사태는 과거와 마찬가지로 미국 내 불순 세력 소행이란 합리적 추리가 일찍부터 있었지만, 우리 언론은 북한과 이라크를 출처로 의심하는 보도에만 매달렸다.
탄저균이 인체 감염률과 살상력이 낮아 실제 생물학 무기나 테러용으로 부적합하다는 견해는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정부가 국민의 잘못된 인식과 불안을 막는데 힘쓰지 않은 채 테러 대비만 외친 잘못은 한층 크다. 정부가 가장 먼저 할 일은 사태의 실상을 정확히 알려 불안이 전염되는 것을 막는 것이었다.
위협의 실체를 과장 인식하도록 방치ㆍ 조장하는 것은 테러를 돕는다는 사실을 언론과 정부는 깨달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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