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적 약자인 여성의 권익보호를 위해 법적ㆍ제도적 장치를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 거세지고 있다.헌법재판소가 간통죄 합헌 결정을 내림으로써 ‘생명이 연장된’ 간통죄 대신, 다른 수단으로 여성 권익을 보호하자는 것이다.
특히 헌재가 합헌 결정을 내리면서도 “입법부는 간통죄 폐지 여부를 진지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권고까지 했다는 점에서 간통죄 폐지 이후 또는 폐지의 전제조건으로서 법적ㆍ제도적 보호수단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현재 여성계가 주장하는 여성권익 보장책으로는 부부의 재산 분할청구권 현실화, 부부 재산 공동명의제의 확산, 남성의 출산ㆍ육아휴직 강화 등이 꼽힌다. 대부분 여성의 사회적ㆍ재정적독립을 위한 법적 수단들이다.
현행 민법상으로는 상대방의 과실이 인정될 경우에만 위자료를 받을 수 있고, 이를 위해 간통죄 처벌규정이 ‘악용’되고있는 현실을 고려해 내놓은 안들이다.
부부의 재산 분할청구권은 현행민법 839조에 규정돼 있다.
‘배우자 쌍방의 협력으로 이룩한 재산은 액수와 기타 사정을 참작해 분할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1991년 일찍이 도입됐지만 문제는 실제 법 적용시 여성에게 돌아가는 재산 몫이 지나치게 적다는 점이다.
김기선미 한국여성단체연합 정책부장은 “이론적으로는 남편과 아내가 50대 50으로 나눠야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전혀 그렇지 않다”며 “이는 전업주부의 가사노동가치가 현금으로 정확히 산정되지 않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부부 재산 공동명의제 역시민법 829조가 보장하고 있지만 거의 사문화한 형편이다.
재산 공동명의 계약서를 결혼 전에 작성해 법원이나 등기소에 접수한 부부는 전국에서 2, 3쌍에 불과하다는 것이 여성계의 관측이다.
변화순 여성개발원 연구위원은 “이 제도가 확산되면 재산을 포함한 모든 부부간의 의사결정에서 여성도 남성과 동등한 권리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밖에 출산과 육아로 여성의 사회활동이 제약 받고 있는 점을 고려해 남성의 출산휴가와 육아휴직을 강제하자는 주장, 상대방의 외도로 인한 정신적 피해에 대한 위자료 산정을 현실화하자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간통죄 폐지에 반대해 온 곽배희 한국가정법률상담소장은 “여성 권익을 원천봉쇄해 온 호주제 같은 악법이 폐지될 경우에는 간통죄 폐지도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양애경 여성민우회 ‘가족과성’ 상담소장은 “여성이 간통 혐의로 상대 여성을 고소하는 대신, 다른 민사소송을 통해 정신적 피해보상을 받을 수 있는 장치가 시급히 마련돼야 한다”고말했다.
간통죄는 당분간 유지돼야 한다는 보수적 입장을 밝혀온 한국여성단체협의회의 한 간부는 “힘없는 여성이 이혼할 때 반드시 필요한 재산분할청구권의 미비점을 하루 빨리 보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관명기자
kimkwm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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