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옥사한 정모(62)씨의 신원을 확인하려면 그의 지문을 얻어와야 할 것 아닙니까."중국에서 처형된 신모씨와 함께 현지에서 체포돼 지난해 11월 옥사한 정씨에 대해 묻자 외교부 당국자가 대답했다. '왜 그런 일이 생겨 가지고…'라는 태도였다.
체포된지 4년이 흘렀고, 사망한지 1년이 다 돼 가지만 당국은 신원조차 파악하지 않고 있었다.
어안이 벙벙할 뿐이다. '사형에 해당하는 죄'에 해당하는 '자기 관할 국민'에게 당국자들이 한번이라도 눈길을 주였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을 수 밖에 없다.
이번 일은 최근 외국 정부가 자국민 보호에 대해 기울이고 있는 노력을 일견하면 창피함을 견딜 수 없다.
1995년 미국 청소년이 싱가포르에서 차에 스프레이를 뿌린 혐의로 태형에 처해졌을 때 클린턴 당시 미 대통령은 싱가포르 정부에 공정한 법집행을 요구하는 친서를 보냈다.
몇 해전 필리핀 정부는 싱가포르에서 일하는 필리핀인 가정부가 집주인 아들을 살해한 혐의로 재판을 받자 싱가포르 고촉동 수상의 필리핀 방문을 취소시키기면서 재심을 요구했다. 자국민 보호는 각국 외교업무의 출발이기에 추호의 양보도 있을 수 없다.
이번 사건에서 드러난 정부의 무신경은 한 두 가지가 아니다.
당국은 최근 신씨에 대한 사형 판결 기사를 실은 국내 언론보도를 접하고서야 상황을 파악하기 시작했다.
마약, 불법체포 등으로 공안당국의 한국인 체포가 빈번히 발생하는 중국에서 이번 사건이 벌어졌다는데 대해 국민들은 더욱 황당해 하고 있다.
어느 나라보다도 형사관련 업무 교류가 많은 중국이 이 정도라면 다른 나라는 두 말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밖(외국)에서도 자국민 보호를 그렇게 하는데 안(국내)에서는 오죽하랴"는 국제적인 비아냥을 언제나 듣지 않아도 될까.
/이영섭 정치부 기자 youngle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