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시장에 신(新) 거품주의보가 발동됐다. 공모가격을 정하는 중요한 잣대인 본질가치가턱없이 부풀려지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 공모가격이 본질가치에 비해 너무 높다는 이유로 거품논란이 빚어진데 반해 이제는 본질가치 자체에 숨은 거품이있다. 본질가치 산정의 중요한 요소인 시중금리가 낮아지면서 본질가치가 과도하게 높아진 결과다.■본질가치, 1년전보다 40% 뻥튀기
코스닥 등록을 준비중인 벤처업체 A사의 주당 추정 경상이익(올 사업연도와 다음 사업연도 추정치의3대2 가중평균값)은 500원이다. 이를 자본환원율(5대 시중은행의 1년 정기예금 금리 평균치의 1.5배ㆍ현재 8.0%)로 나눈 A사의 수익가치는6,250원이다.
수익가치는 자산가치에 비해 2~5배인 것이 보통이므로 A사의 주당 자산가치는 1,500원으로 가정한다. 이렇게 되면 본질가치는수익가치와 자산가치를 3대2로 가중평균한 4,350원으로 계산된다.
반면 지난해 자본환원율 수준인 12%를 적용하면 A사의 수익가치는 4,166원, 본질가치는3,100원이 된다. 동일한 업체의 본질가치가 1년 사이에 무려 40%나 폭등했다는 얘기다.
물론 자본환원율이 낮아지면 수익가치가 다소 높아지는 것은 자연스럽다. 기업의 자금조달 리스크(시중금리)가줄어들기 때문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금리가 2~3% 떨어졌다고 해서 본질가치가 40%나 급등하는 것은 지나치다고 지적한다.
현대증권 이건상 수석연구원은“최근 본질가치보다 낮은 공모가가 심심치 않게 나타나면서 ‘거품이 사라지고 있다’는 소리도 나오지만 실제로는 보이지 않는 거품이 생긴 셈”이라고설명했다.
이렇다 보니 기업공개를 진행하는 증권사들은 죽을 맛이다. 발행사들이 예전보다 크게 부풀려진 본질가치를내세우며 공모가를 크게 높이려 하기 때문이다. D사 기업공개 업무 관계자는 “등록 후에 주가가 떨어지면 결국 손해보는 쪽은 투자자들과 시장조성을감당하는 주간사”라며 “이제 본질가치만 믿다가는 크게 당할 수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현실적으로 발행시장 및 유통시장에서 신규등록 종목의 본질가치가 절대적인 평가기준으로 받아들여진다는점이다. 애널리스트들이 신규등록주의 낙폭과대, 저평가를 설명하는 기준이 바로 본질가치 및 공모가격이며 공모주청약에 참여하는 투자자들이 눈여겨 보는것 또한 공모가가 본질가치에 비해 얼마나 높은지의 여부다.
공모주 청약에만 주로 투자하는 P씨는 “대부분 공모 참여자들은 본질가치보다 공모가가낮으면 ‘등록 후 많이 오르겠구나’라고 생각해 경쟁률도 높다”며 “본질가치 자체에 거품이 있다고는 전혀 생각치 못했다”고 말했다.
■본질가치 산정방법 개선해야
이에 따라 현재 본질가치 산정방법이 규정된 ‘유가증권인수업무 규칙’을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높다.자본환원율이 과도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래에셋증권 기업금융본부 신정목 팀장은 “자본환원율이 필요하기는 하지만 금리가 갑자기 낮아지면서본질가치 산정에 심각한 문제점이 발생하고 있다”며 “본질가치 및 공모가격에 대한 투자자들의 혼란을 막기 위해서라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실무를 담당하는 증권업협회는 팔짱만 낀 채 두 손을 놓고 있다. 본질가치는 본질가치로만 바라봐야할 뿐, 규정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증권업협회 관계자는 “본질가치가 최근 높게 책정된다는 점은 알고 있다”면서도 “참고자료에 불과한본질가치를 절대적인 기준으로 오해하는 것은 투자자들이 알아서 할 문제”라고 말했다.
진성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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