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 우승은 역설적으로 말해 시즌 개막전 찾아온 시련이 발판이 됐다.유고 출신 골잡이 샤샤(29)를 160만달러의 거금을 주고 영입, 6년만의 우승을 노리던 구단을 향해 성남시가 종교적인 이유로 연고지명 사용 불허 결정을 내린 것이 오히려 선수들을 똘똘 뭉치게 만든 동인이 된 것.
당시 선수들은 내색하지 않았지만 속으로는 멋진 경기로 팬들의 마음을 돌리겠다는 의지를 다졌다. 안양 수원과 선두다툼이 치열했던 지난 13일 수원전을 이틀 앞두고 주장 신태용(31)의 지휘 아래 선수들이 합숙을 자청한 것도 그러한 의지에서 나왔다.
“올해 우승하지 못하면 앞으로 우승하기가 더욱 어려워진다”는 고참선수들의 독려로 뭉친 성남은 그날 수원전서 완승하며 사실상 우승의 발판을 마련했다.
성남우승의 ‘머리’가 정신력이라면 ‘발’은 막강 수비진이었다.
장신 중앙수비수 김영철과 김현수는 상대 스트라이커의 고공공격을 무력화시켰고 양쪽 윙백인 몰도바 용병 이반과 신인 김용희는 공격과 수비를 오가며 재치있는 플레이로 상대 공수의 맥을 끊어 놓았다.
이들의 분전으로 성남은 올시즌 단 3패에 19실점이라는 놀라운 성적을 거둬 항상 선두권을 지킬 수 있었다.
차경복(64) 감독, 김학범(41)코치의 지도력도 한몫했다. 차감독은 시즌 중반 샤샤가 골침묵을 지킬 때도 변함없는 신뢰를 보냈다. 샤샤는 결국 우승이 걸린 막판 두 경기서 연속골로 보답했다.
차코치가 선수단을 토닥거린 아버지였다면 김코치는 풍부한 축구지식으로 실질적인 팀을 이끈 숨은 공로자였다. 친화력을 앞세워 노장과신인, 용병을 잘 추스려 팀워크를 극대화하는 데 일조했다.
구단의 지원과 선수들의 각오와 경험, 노련한 코칭스태프의 보살핌이 어우러진 성남은 90년대 중반 3연패(連覇)이후 6년만에 명가를 재건한 것이다.
■6년만에 성남 패권
성남 일화가 6년만에 정상을 탈환하고 통산 4번째 우승을 이루어 냈다. 성남은 28일 홈에서 열린 프로축구 2002 포스코 K리그(정규리그) 최종전에서 전북 현대에 0_1로 패했다.
그러나 성남은 11승12무4패(승점45)를 기록하고 93~95년 시즌 3연패(連覇) 이후 6년만에 정상에 등극, 부산 대우(현 아이콘스)에 이어 두번째로 통산 4번째 우승을 이뤄냈다.
1위 성남에 9골차를 극복해야 우승이 가능했던 지난 해 우승팀 안양은 부천과의 어웨이 경기서 0_0으로 비겨 11승10무6패(승점 43)로 준우승에 머물렀다. 우승상금은 1억5,000만원, 준우승은 7,500만원.
올 시즌 득점왕은 13골을 기록한 브라질 출신의 산드로(수원)가 우성용(부산) 파울링뇨(울산) 서정원(수원ㆍ이상 11골)의 추격을 따돌리고 차지했다. 또 어시스트에서는 우르모브(부산ㆍ10개)가 무난히 1위에 올라 올시즌 프로축구는 득점왕과 어시스트왕이 모두 용병 차지가 됐다.
팀당 45경기씩 모두 135경기를 소화해 낸 올시즌 프로축구는 50-50클럽 가입(김현석, 신태용)등 의미 있는 기록을 남겼다.
특히 김현석은 이날 수원전서 장철민의 첫 골을 어시스트한 뒤 후반 12분 장철민의 어시스트를 받아 오른발 슛, 통산 최다골 기록을 104골로 늘려 대미를 장식했다.
30일부터는 아마추어와 프로팀이 모두 참가하는 FA(축구협회)컵이 시작된다.
이범구기자
goguma@hk.co.kr
■성남 우승보너스 5억+α
성남의 우승보너스는 얼마일까. 현재까지 우승 보너스규모를 확정하지는 않았지만 구단은 예전 대우를 고려해 보너스를 지급할 방침이다.
95년 일화가 3연패를 달성했을 당시 구단은 선수전원에게 부부동반 유럽여행 등 5억여원을 썼다. 99년 챔피언 수원과 지난해 우승팀 안양은 각각 5억, 7억원을 쓴 것으로 미뤄 볼 때 성남의 보너스는 최소 5억원이 넘을 것으로 보인다.
성남은 우선 프로연맹 우승상금 1억5,000만원을 확보한데다 구단주가 이미 우승시 유럽여행을 약속한 바 있다.
또 우승할 경우 관례대로 우승보너스가 책정되는데 축구에 깊은 애정을 갖고 있는 구단주가 우승보너스 외에 특별격려금까지 지급할 것으로 보여 최소한 5억원은 넘길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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