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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저축과 소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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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저축과 소비

입력
2001.10.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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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 본점에는 현수막이 두개 걸려있다.'경제가 어려울수록 건전한 소비가 필요합니다'라는 것이 하나고, 다른 하나는 '10월은 저축의 달입니다'라는 것이다.

얼른 보면 서로 상반된 내용인 것 같다. 저축을 하려면 소비를 줄여야 하기 때문이다.

'건전한 소비' 현수막은 전부터 걸려있던 것이고, '저축'은 저축의 달을 맞아 새로 내건 것이다.

중앙은행이 소비를 권장하는 캠페인만을 벌이는 것 같다는 지적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바로 여기에 우리 경제의 어려움이 있다.

경기가 가뜩이나 좋지 않은 상황에서 미국 테러 사태에 이은 보복 전쟁 등으로 경제가 심하게 불황을 겪고 있다.

수출이 어려우니 내수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저축을 소홀히 할 수는 없다. 소비가 미덕인 사회는 아직 아닌 것이다.

IMF 사태 직후부터 건전한 소비를 외쳐왔지만, 소비심리는 좀처럼 회복되지 않고 있다. 일부에서는 일본식 장기 불황을 우려하기도 한다.

■진념 부총리는 26일 저축의 날 축사에서 "경기 침체라는 현재의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건전한 소비생활과 저축을 통한 안정적 투자자원의 확보가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전철환 한은 총재도 "합리적인 소비와 미래에 대비하는 생활설계를 실천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소비자들이 지갑을 열지 않는 데는 충분한 이유가 있다.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없고, 여유가 있다면 쓰지 말라고 해도 소비를 할 것이다.

■실업자를 줄이는 데는 소비가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다. 한은이 1998년 산업연관표를 기초로 고용구조를 분석한 결과다.

10억원의 소비로 인해 일자리를 얻는 사람은 31.5명으로 투자의 1.5배, 수출의 1.7배에 달했다.

이 해 전체 근로자 1,624만명 중 58.7%는 소비때문에, 24.7%는 수출 덕분에, 16.6%는 투자로 인해서 일자리를 얻은 것으로 조사됐다.

소비를 늘리는 것이 결국 자신들에게 이익이라는 것인데, 서민들에게는 꿈 같은 이야기다. 이론은 알아도 실천은 하기 힘든 명제인 것이다.

이상호 논설위원

sh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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