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교조는 금년에도 연가투쟁을 성공리에 끝냈다. 정부 교육정책의 난맥상도 분명히 드러내 보여주면서 조합원의 동원능력과 조직의 세도 충분히 과시했다.그러나 공교육의 정상화를 요구하기 위해 그들 스스로 교실의 정상화는 부셔버렸다.
제 아무리 참교육을 부르짖어도, 노조는 노조일 뿐이지 그 이상은 될 수 없다는 점도 일깨워주었다. 그래서 그들은 얻은 것보다 잃어버린 것이 더 많았다는 것을 새기며 새 아침의 교실을 맞이하고 있다.
교사노조의 연가투쟁이 불법이니 엄중하게 다스리겠다는 정부의 경고 역시 엄포로 끝나버릴 공산이 크다.
작년 이맘 때의 연가투쟁 참여 교사에 대한 교육부의 서면 경고조치를 봐서도 그렇고, 교육부의 느슨한 교원정책을 봐서도 그렇다.
결국 이번에도 성난 사자에게 겨우 쥐틀이나 들이대는 식의 해결책이 나올 수 밖에 없는데, 이런 상황 속에서 수업결손 문제를 논하는 그 자체가 이미 얼빠진 짓이다.
이제는 정부 스스로 학생들의 학습권 보호를 염려하기 보다는 교육통치권 확보문제를 더 염려해야 할런지도 모른다.
정부가 추진하려는 교육정책들 중 교원노조에게 발목을 잡히지 않은 것은 하나도 없다.
중초교사 발령 계획에 교대생들이 반발하자 지레 놀라고 있으며, 교원성과급 차등지급제도의 실시 역시 아직도 게걸음이나 치고 있다.
그들의 이해관계가 맞닿기만 하면 뭐 하나 제대로 추진할수 있는 것이 없을 정도로 정부는 교원노조와 대치중이다.
교육정책 구상의 기본은 무엇보다도 교육의 논리에 충실하라는 교원단체들의 주장은 옳다.
사실 그간 무엇을 바꾸겠다고 화급한 마음으로 일을 낸 사람들은 주로 정치권 출신 교육부 장관들이었다.
교육보다는 정치, 정권유지의 논리에 치중했던 사람들이 평준화정책이나 교원정년단축 정책을 만들어 냈던 것을 보면 교육정책의 실명제가 필요한 것은 사실이다.
나라교육이 제대로 되려면 무엇보다도 교육행정의 영(令)이 제대로 서야 한다.
교육단체의 허락을 미리 받고 교육정책을 만들어 내야 한다면 국가 교육정책이란 있을 수 없다.
물론 교원들이 공감할 수 있는 교육정책을 만들어내야 한다. 그러려면 교육행정 관리들의 전문성과 협상력도 한 수 높아져야 한다.
교원들과의 토론장에서 예상외의 명퇴교사 수가 늘어나는 탓에 국가의 교원수급정책에 문제가 생겼다는 식의 언변으로는 그들과의 협상에서 상생하기 어렵다.
교육정책이 제대로 실천되려면 교육행정 부처들간의 제대로 된 팀웍도 필요하다.
그 조정의 중심에 시ㆍ도 교육감이 올곧게 서야 한다. 이번의 전교조 연가투쟁 예방도 시ㆍ도 교육감이 각개전투식으로 맡았어야 했다.
그러나 모든 비난의 화살은 마치 무기력의 화신이 부총리인양 끝내 그에게로만 날아들었다.
서울시교육감의 잡치기 수에 걸려 비틀거렸던 자립형사립고 정책 같은 것이 바로 그런 사례이지만, 교육감의 행정수완이 그래서도 곤란하다.
교육감 밑으로 '파송'된 시도 부교육감들도 그들에게 쓴 소리 한 두 마디는 할수 있어야 한다.
교원단체들이 교육부와 막 바로 치고 박게 놔둬서는 나라교육이 죽을 판이다. 그들의 이해관계와 저들 행정 집단간의 충돌 그 지점에 완충지대가 만들어져야 한다.
양자간의 이해관계도 조정하고, 충격도 흡수하면서 교육정책 집행의 실효를 높여 줄 교직계ㆍ학계ㆍ정계ㆍ관계의 교학정(敎學政)위원회 같은 중재기구의 설치가 필요하다. 더 이상 교육통치권이 피를 흘리게 할 수는 없다.
/한준상 연세대 교육대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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