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텔레콤 남 용(南 鏞ㆍ53) 사장의 취미는 남 다르다. 최고경영자(CEO)는 경영학 서적을 끼고 살 것이라는 일반적인 예상과는 달리 그는 틈만 나면 무협영화 비디오를 본다.그렇다고 아무 생각 없이 소파에 누워 게으름을 피며 보는 것도 아니다. 애송이 무사가 혹독한 훈련을 거쳐 강호의 절세 고수로 성장하는 과정을 진지하게 음미한다.
남 사장의 ‘비디오 보기’는 그의 인재관리 철학과 맥이 닿아있다. 그는 LG그룹의 ‘인재 조련사’로 유명하다. 자신이 설정한 ‘지옥 훈련’ 조차 견뎌내지 못하는 신입사원은 조직을 떠나야 한다는 것이 남 사장의 생각이다.
그러나 그의 엄격함은 역설적으로 부하 직원에 대한 무한한 애정에서 나온다. 일은 하고자 하나 체력이 떨어져 힘들어 하던 부하 직원에게 직접 한약을 지어준 일은 그룹내에서 잘 알려진 일화다.
그는 일시적인 봉급 인상보다 업무를 통해 해당 분야에서의 능력과 가치를 극대화시켜 주는 것이 부하에 대한 진정한 보상이라고 믿고 있다.
>>관련기사
LG텔레콤은…
남 사장은 그룹내에서 손꼽히는 전략기획통이기도 하다. 당당한 체구와 선 굵은 얼굴에서 뿜어져 나오는 이미지처럼 철저하고 명확한 것을 좋아한다.
1976년 LG전자에 입사한 이후 25년 동안 ‘비합리와 비효율은 조직의 적(敵)’이라는 일관된 원칙을 지켜왔다. 남 사장이 98년 10월 사장으로 부임한 이후 LG텔레콤에도 비효율 추방운동이 시작됐다.
고객이 원하는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목표 아래 공격적인 경영도 펼쳐졌다. 99년 5월 국내 최초로 PCS폰 하나로 각종 웹사이트를 검색할 수 있는 무선인터넷 ‘이지 아이’(ez-i) 서비스를 개시했다. 정보통신부의 전국 통화품질 조사에서 접속 성공률과 통화 단절률 부문에서 가장 우수한 성적을 거둔 것도 이 때다.
그러나 지난 해 한국통신엠닷컴(018) 인수 실패, 비동기식 IMT-2000 사업자 탈락 등 잇단 악재는 남 사장에게 큰 시련이었다. 통신사업에 대한 회의적인 분위기가 그룹 내에 확산됐고, 대리점과 사원들의 이탈이 늘어났다.
그러나 위기에서 그의 리더십은 더욱 돋보였다. 남 사장은 비동기식 대신 동기식 IMT-2000에 대한 사업성 검토에 들어갔다.
동기식이 2, 3세대간 로밍을 통해 사업 초기부터 전국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점과 투자비용, 마케팅 측면에서 비동기식보다 경쟁력이 높다는 점에 주목했다.
통신업체들을 설득, 1,000여개 업체가 참여하는 그랜드 컨소시엄 구성에 성공, 결국 8월 동기식 IMT-2000 사업권을 따냈다.
올 해 LG텔레콤이 흑자로 돌아서 3ㆍ4분기까지 매출 1조6,000억원 경상이익 1,703억원을 낸 것도 그의 리더십과 무관하지 않다.
숱한 고비를 넘긴 남 사장이지만 아직도 그의 앞에는 많은 난관이 도사리고 있다. 이동통신 업계의 후발 사업자로서 시장에서 명실상부한 3강 체제를 구축해야 하기 때문이다.
“먼저 유효경쟁체제가 이뤄져야 합니다. 지금처럼 ‘통신 쏠림 현상’이 계속되면 선발 사업자는 경쟁자가 없어 투자를 기피하고 후발 사업자는 투자 여력을 상실해 정보기술(IT) 산업에 불황이 옵니다. 동기식 사업자의 경쟁력 제고와 소비자 편익 증대를 위해 후발 사업자가 경쟁의 한 축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강력한 독점규제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쉬운 환경에서 비즈니스를 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는 남 사장의 언급에서 강한 리더십의 일면과 자신감을 읽을 수 있다.
●약력
1948년 경북 울진 출생
1967년 경동고 졸업
1976년 서울대 경제학과 졸업. LG전자 입사
1989년 LG 회장실 이사
1993년 LG VISION 추진본부 상무
1996년 LG 경영혁신추진본부장(전무)
1997년 LG 경영혁신추진본부ㆍ전략사업개발단 부사장
1998년 LG전자 멀티미디어 사업본부 부사장. LG텔레콤 대표이사 사장
■LG텔레콤은…
LG텔레콤(019)은 PCS 사업권을 획득한 1996년 7월 설립됐으며 98년10월 전국적인 PCS 상용 서비스를 개시했다.
코드분할다중접속(CDMA) 기술을 세계 최초로 상용화한 LG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이동통신 업계에 각종 기록을 세웠다.
98년 2월 세계 최초로 CDMA 방식의 무선데이터 서비스 상용화에 성공했고, 99년 5월 업계 최초의 무선인터넷인 ‘이지아이’(ez-i)를 선보였다.
이어 지난 해 6월에는 세계최초로 ‘자바’(Java)기술을 바탕으로 한 ‘자바스테이션’을 무선인터넷 플랫폼으로 채택, 상용화에 성공했다.
LG텔레콤은 8월 동기식 IMT-2000 사업자로 선정되면서 IMT-2000의 핵심 경쟁력이 될 무선인터넷 서비스 강화에 주력하고 있다.
LG텔레콤측은 9월 말 현재 무선인터넷 이용자가 전체 가입자(440만명)의 72% 수준인 320만명에 달해 이동통신 업체 중 최고 이용률을 기록, 동기식 IMT-2000 서비스 경쟁력의 원천이 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힘입어 LG텔레콤은 올 1ㆍ4분기부터 회사 설립 후 처음으로 흑자를 기록했으며 3ㆍ4분기까지 매출 1조6,000억원, 1,703억원의 경상이익을 올리는 등 호조를 이어가고 있다.
황상진기자
april@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