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 완패는 민심의 표출이다.불과 3곳에서 치러진 선거결과를 놓고 필요 이상으로 확대 해석한다는 견해가 있을 수 있으나, 서울 두 곳의 개표 결과는 예상을 뒤엎는 것으로 민심의 향배가 아닌 다음에야 달리 설명할 길이 없다.
한 곳에서는 야당의 '굴러온 돌' 후보가 여당의 '박힌돌' 후보를 수천표 차로 눌렀고, 또 한곳에서는 여당의 경쟁력 있다는 유력인사가 그야말로 나가떨어졌다.
과거의 유권자 성향으로 볼 때 두 곳 모두 여당에 불리하지 않은 지역이다. 따라서 여당 완패의 선거 결과는 DJ 정권에 대한 민심의 표출이라고 해야 타당한 것이다.
민심의 이반이 이처럼 심각하리라고는 여권 인사 누구도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을 터다. 그만큼 10ㆍ25 재보선 결과는 예사롭지 않다.
민심이반은 어디서 왔는가.
DJ정권의 지난 3년8개월의 공과에 대한 국민들의 평가가 오늘의 민심으로 나타났다고 보면 크게 틀린 말은 아니다.
갈수록 어두워지는 경제, 일방적인 남북관계, 인사난맥, 여기에 국정쇄신에 대한 소극적인 자세, 언론사태, 끊임없이 불거지는 권력의 비리의혹이 중첩되면서 민심의 이반현상을 가져왔다고 보면 되는 것이다.
그럼에도 정권은 이를 등한시하고, 오기 오만의 자세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인사편중은 없다, 끼리끼리 해먹는다는 게 도대체 무슨 말이냐고 항변하는가 하면, 잇따라 제기되는 권력 주변의 비리 의혹에 대해 "야당의 의혹 부풀리기와 일부 언론의 합작품"이라며 거들떠보려 하지 않았다.
여당은 툭하면 '일부언론' 이라고 하는데, 방송과 한 두개의 신문을 제외하고 모든 언론이 일부 언론이라는 것인지 도대체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집권측은 10ㆍ25 재ㆍ보선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여야 한다. 결코 어려운 일도아니다.
정권은 사심 없이 국정을 펴나가면 될 것이고, 여당은 사심 없이 정치를 펴나가면 되는 것이다. 그러다 보면 자연히 끼리끼리 해먹는다는 소리도 없어지고, 민심은 돌아오게 되어 있다.
여권 내부에서 책임론 운운하는 데 부질없는 짓이다. 새삼 민심이 천심이라는 교훈을 깨달았다면 그것으로큰 소득이라고 자위해야 한다.
지금쯤 정권의 핵심 인사들은 DJ가 역사에 남는 대통령이 되도록 마음을 비우겠다던 출범전의 그 각오를 되새길 필요가 있겠다.
야당도 마음가짐을 새롭게 해야 한다. 야당이 잘나서 이긴 것은 결코 아니다. 이제부터라도 거대 야당으로서 어떻게 하면 책임과 의무를 다할 수 있는가를 고민해야 한다.
야당이 수(數)를 내세워 자만에 빠진다면 언젠가 지금의 여당과 똑같은 꼴을 당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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