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한 다국적회사에 배달된 미국발 배송물에서 백색가루가 나와 방역 및 수사당국에 비상이 걸렸다.그러나 방역당국의 1차 시약검사결과 탄저균 음성반응이 나와 이 배송물에 노출된 직원들이 탄저병에 감염됐을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보인다.
26일 오전 10시12분께 서울 광진구 광장동 한국화이자제약 빌딩에 백색가루가든 배송물이 와 가루를 만진 김모(48ㆍ여)씨 등 이 회사 직원 16명이 격리 수용되고 건물이 잠정 폐쇄됐다. 직원들은 이날 오후 1시40분께서울 송파구 서울중앙병원 응급실에 격리돼 탄저균 감염 여부를 검사 받은 뒤 임시 건물에 수용됐다.
서울중앙병원 피수영(皮守英) 소아과장은“탄저균의 잠복기가 7일인데다 입원자 중 체온이 오르거나 하는 등의 탄저균 감염 증세도 없어 당장 탄저균 감염 여부를 알기 어렵다”며 “만일의사태에 대비, 김씨 등 입원 환자들을 격리하고 체액 등 가검물을 채취, 탄저균 감염 여부를 검사 중”이라고 밝혔다.
한국화이자제약에 따르면 이날 오전 발신처가 ‘뉴욕 시티은행’으로 적혀 있는 가로ㆍ세로 20㎝ 크기의 이모 부장 앞으로 한 국제배송업체가배달한 서류봉투에서 백색가루가 발견돼 경찰에 신고했다.
이 배송물을 처음 뜯은 김씨는 “업무관련 서류와 함께 들어있던 작은 봉투에서 백색가루가 나와 회사 우편물 취급 규칙에 따라 경찰에 신고했다”고 말했다.
한편 경찰관계자는 “일단 1차 시약검사에서는 음성이 나왔다”며 “정확한 조사결과는(국립보건원이) 환자들의 가검물 배양검사 결과가 나오는 27일 오전 10시께 알 수 있다”고 밝혔다.
김기철기자
kimin@hk.co.kr
김용식기자
jawohl@hk.co.kr
■"제습제 가루 일수도"
○…백색가루가 발견된 사무실에 있었던 김씨 등 16명은 이날 인근 방지거병원으로 찾아갔다가 “큰 병원으로 가라”는 병원측의 권유로 서울중앙병원 응급실로 옮겨져 격리된 채 탄저병 감염여부를 검사 받고 있다.
이후 병원측이 응급실정문에 “탄저균 관계로 응급실을 폐쇄합니다”는 안내문을 붙이자, 일부 환자와 가족들이 건물 밖으로 뛰쳐 나오는 등 크게 동요했다. 병원측은 김씨 등이 이동했던 통로를 폐쇄하고 일반인 출입을 철저히 통제했다.
이날 외부에 있던 감염내과 우준희 교수는 오후3시께 긴급 연락을 받고 병원에 복귀, 김씨 등에게 항생제를 투약, 탄저병 감염에 대비하는 등 비상진료에 들어갔다.
○…당초 배송물 봉투 안에는 흰색가루만 있었던 알려졌으나 확인결과 서류와 편지 등이 함께 들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 관계자는 “흰색가루는 답신용 봉투에 들어 있던 제습제이거나 종이 가루일 가능성이 있다”며 “회사측에 알아본 결과 이 전에도 여러 차례 제습제가 든 배송물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한국화이자제약 관계자는 "경찰이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보도자료까지 만들어 돌렸다"며 경찰에 항의하는 등 백색가루 신고로 회사 이미지에 악영향을 미칠까 전전긍긍했다.
한편 이날 저녁 한국화이자의 백색가루 소식이 전해지자 전국 곳곳에서 백색가루가 뿌려졌다는 신고가 잇따르는 등 한바탕 소동이 벌어졌다.
최기수기자
mount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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