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사는 세상에 말이 없을 수 없다. 글과 함께 말은 오늘의 인간 사회를 만든 중요한 도구였다. 세간·출세간을 막론하고 말과 글은 지금도 앞으로도 없어서는 안될 소중하고 중요한 그 무엇이다.절제되고 충분히 생각한 연후에 사용된 말과 글은 특히 인간사회를 풍요롭게 만들고, 발전시킨다.물론 사회가 복잡해져 갈등이 많아지면 말과 글도 그만큼 날카로워지고, 격해진다.
그것을 반영하듯 최근의 우리 사회에 통용되는 말들은 너무 격해져 있는 것 같다. 신종 욕설이 등장하고, 새로운 험담이 매일 나타난다.
이해관계가 얽히고 추구하는 바가 조그만 상충돼도, 상대방을 비방하는 말들이 순식간에 불어난다. 사소한 일에 장황한 말을 늘어놓는 등 말싸움은 점점 격렬해진다. 우리나라 정치권이 그것을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지 아니한가.
정치인들은 사사건건 대립된 말을 늘어놓고, 상대방에 대한 험담을 쉴새 없이 만들어 낸다.
어떤 사건에 대한 진실을 규명하기 보다 말로 사건을 덮으려하고, 말로 상대방을 괴롭히려 애쓴다. 상대방을 칭찬하거나, 상대방의 공과(功過)를 정확하게 평가하는 말을 내놓은 경우는 드물다. 그저 죽기 살기식으로 말을 늘어놓는다.
상대방을 배려하고, 타인을 존중하는 말을 하면 마치큰 잘못이라도 하는 양 극단적인 말만 쏟아 붓는다. 이런 사람들에게 이 나라 정치를 맡긴다 생각하니 서글프다.
그러나 인간 사회에서 말보다 더 중요하고 소중한 것이 행동이다.
실천이 수반 안된 말은 아무리 화려해도 시간이 지나면 자연히 사라지게 마련이다. 일시적으로 말한 사람 자신을 영광스럽게 만들 수는 있어도, 거품이 빠지면 실상이 드러나듯, 말한 사람 자신을 한없이 초라하게 만든다.
욕설이 대표적인 보기다. 감정이 격해 순간적으로 욕을 하고 나면, 당시는 만족될 지 모르나 시간은 그 사람에게 후회를 안겨준다.
생각 없이 함부로 뱉은 말은 주지하다시피 화근(禍根)이 돼 말한 사람에게 되돌아가는 속성이 있다.
무심결에 한 말이 자신에게 되돌아와 곤욕을 치르는 경우가 흔하다. 주변에서도 말로 고생하는 예를 흔히 발견할 수 있지 아니한가. 행동이 수반 안된 말도 마찬가지다.
"자기는 옳게 행동하지 않으면서 남보고만 잘 하라고 말만 한다"는 이야기가 금새 나오기 마련이다.
어찌됐던, 소중하면서 위험한 말 때문에 사회는 오늘도 시끄럽다. 책임지지 못하는 말을 버젓이 하고, 상대방에 고의적으로 해를 입히려고 험한 말을 걸림 없이 내뱉기도 한다.
그런 말을 하는 사람들이 책임지는 경우는 거의 없는 것 같다. 본인들은 부인하겠지만, 자기가 추구하는 바만 충실히 성취되면 그것으로 족하다고 생각하는 듯이 보인다.
말싸움과 쓸데없는 수다에 생각이 몰려있는 사이 벌써 가을이 끝나간다.
며칠 전 시골에 다녀오는 길에 보니, 들판의 곡식들이 많이 거둬지고 있었다. 가을걷이를 일찍 끝낸 농부들은 월동준비를 하고 있었다.
월동준비의 의미가 옛날보다는 많이 약해졌지만, 농부들은 그렇게 열심히들 살고 있었다. 그런데 도시에 들어오자마자 언론매체에서는 '말싸움'만 들려왔다.
인생에 오직 한 번 뿐인 금년 가을에는 "말과 글을 조심스럽게 하고, 써야겠다"는 것을 몸에 익혀보자.
생각 없고 의미 없이 살아가는 장삼이사(張三李四)라도 자기가 한 말은 항상 염두에 둔다.
사회지도층은 더 말할 필요가 있겠는가. 여유(餘裕)없고 감정이 격해질수록, 힘들겠지만 부드러운 말을 하는 습관을 들여보자.
쓸데없는 말싸움으로 인연을 해치지말고, 타인을 존중하려 노력한다면, 평화로운 나라를 건설할 수 있을 것이다.
지 흥 조계사 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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