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시리즈 4차전이라는 이름의 프로야구’는 두산을 통산 3번째 우승에 한발 다가서게 한 대하드라마였다면 6전7기를 노리던 삼성에게는 또 한번의 비극을 예고하는 전주곡이었다.25일 잠실구장에서 벌어진 7전4선승제의 2001시즌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4차전에서 두산은 3-8로 뒤진 3회말 정수근의 역전타와 김동주의 만루홈런등 15타자가 나와 장단 7안타와 볼넷 4개, 에러 1개를 묶어 대거 12득점하는 대역전극을 연출하며 삼성에 11-18로 승리했다.
두산은 이로써 1패후 3연승, 82년과 95년에 이어 통산 3번째 우승을 목전에 뒀다. 두 팀은 이날 한국시리즈사상 1경기 최다인 총 34개의 안타를 주고받는 난타전을 전개했다.
두산은 앞으로 잔여 3경기중 1승만 거두면 6년만에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하게 된다. 통산 6번이나 정상문턱에서 주저앉았다가 일곱번째 우승에 도전하는 삼성은 잔여 3경기를 모두 이겨야 한국시리즈 첫 제패라는 20년 한을 풀수 있다.
0-2로 뒤진 삼성은 2회초 무사 1, 2루에서 김한수의 내야땅볼 때 2루수 안경현이 1루에 악송구하는 틈을 타 1득점하며 대량 득점의 서막을 열었다. 계속된 2사 1, 2루에서 김태균의 안타로 동점을 만들고 박한이 김종훈 이승엽 마해영 김한수가 잇따라 적시타를 터뜨려 단숨에 8-2로 전세를 뒤집었다. 1루쪽 두산팬들은 쥐죽은듯 고요했고 3루쪽 삼성팬들은 열광했다.
그러나 이는 이날 대역전극의 예고편에 불과했다. 두산의 역전드라마는 더 화려하고 더 극적이었다. 3-8로 역전 당한 두산은 3회말 선두타자 우즈가 풀카운트에서 볼넷으로 출루하며 찬스를 잡았다. 조그만 구멍이 커져 제방뚝이 무너져내리듯 우즈에게 던진 7구째가 오석환 구심에게 볼로 판정되자 갈베스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이후 여러 차례 구심의 볼판정에 불만을 표시하던 갈베스는 안경현에게 밀어내기 볼넷을 내줘 1실점한 후 마운드를 내려왔다. 하지만 이미 기세가 오른 두산 타자들은 삼성의 바뀐 투수 김진웅을 난타하며 단숨에 7-8까지 추격했다.
1사 2, 3루에서 정수근의 적시타로 전세를 뒤집었다. 10-8로 달아난 두산은 계속된 1사만루에서 김동주가 82년 OB의김유동 이후 한국시리즈 사상 두번째 만루홈런을 터뜨렸다. 이 한방으로 승부는 완전히 두산쪽으로 기울버렸고 3루쪽 덕아웃에 있던 김응용삼성감독은 망연자실하게 허공을 바라볼 뿐이었다.
정연석기자
yschung@hk.co.kr
■19년만의 한국시리즈 만루포…삼성 추격의지 쐐기
경기전 전광판에 비춰지는 82년 OB와 삼성의 한국시리즈 6차전 장면을 보고 마음을 굳게 다졌을까. 25일 삼성과의 한국시리즈 4차전의 히어로는 시원한 만루포를 터뜨린 두산의 ‘코뿔소’ 김동주(25)였다.
3-8로 뒤지던 3회말 첫 타석 중전안타로 무사 만루를 만들며 대량득점의 물꼬를 튼 김동주는 10_8로 역전한 상황서 다시 타석에 들어선 3회 1사 만루 박동희의 141㎞ 직구를 왼쪽 관중석으로 쏘아올려 삼성의 추격의지를 봉쇄했다.
82년 10월12일 팀선배 김유동의 만루홈런 이후 19년만의 한국시리즈 만루홈런. 한국시리즈전까지 포스트시즌 1할대의 극심한 슬럼프에 빠졌던 김동주는 삼성과의 한국시리즈에서 5할대의 불방망이와 함께 만원관중이 들어찬 4차전 만루홈런으로 팬들의 성원에 보답했다.
김동주는 국가대표 4번타자를 지낸 초특급신인으로 98년 두산에 입단, 우즈-심정수-심재학등과 함께 두산의 막강 중심타선을 구축하며 팀의 4년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의 주인공이다.
이왕구기자
fab4@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