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 근로자가 기계 등을 사용하여 물건을 가공ㆍ제조하거나 수리ㆍ정비하는 시설 또는 그 건물(동아 새국어사전)■새 정의: (1)자신이 다니는 직장 (2)성형외과
■용례: “밖에 나와서까지 공장 이야기 하지 마.” “요즘 데뷔하는 연예인들은 대부분 공장을 거칩니다.”
또 다시 경제위기라고 한다. 3년 만에 구조조정의 광풍이 평온한 직장사회에 몰아치고 있다.
1998년의 악몽을 떠올리는 불쌍한 샐러리맨들은 떨고 있다. 그래서 그들은 자신의 목줄을 쥐고 있는 회사의 처분에 온 몸을 맡긴 채 괴로워한다.
겨우 목숨을 부지한 샐러리맨들은 저녁술자리면 아직 붙어있는 자신의 목을 쓰다듬는다. 그리고 이렇게 외친다. “밖에 나와서까지 공장 이야기 하지 마.”
요즘 직장인들에게 자신이 다니는 회사 사무실은 ‘공장’이다.
자신이 처한 상황이 어려워질수록 그런 표현은 확대재생산된다. 물건을 만들어 내는 곳과 사무업무를 보는 곳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회사원 안모(30)씨는 “의미 없이 무언가를 만들어내며 단순 반복적인 일을 한다는 점이 공장과 직장의 공통점”이라며 “직장생활의 답답함이 공장이라는 조금은 피하고 싶은 이미지와 맞닿지 않았겠느냐”고 말했다.
물론 직장을 공장으로 표현하는 것에는 생산직과 사무직에 대한 차별의식이 담겨 있다.
그래서 소위 ‘공돌이, 공순이’라는 말로 생산직종을 비하하기도 했다. 하지만 공장 없이 이 사회가 지속될 수 없다는 점에서 바람직한 모습은 아니다.
성형외과를 공장이라고 부르는 것 역시 공장의 정의에서 비롯됐다.
공장에는 또 ‘같은’ 물건을 ‘대량’ 생산하는 곳이라는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요즘 데뷔하는 연예인들은 대부분 공장에 다녀온다.” 한 연예 기획사 관계자의 말이다.
여기서 파생한 재미있는 표현이 있다. 성형외과에서 사전에 받는 상담도 ‘견적을 내다’라고 말한다.
고치고수정하는 의미보다 더욱 강화된 ‘새로운 제조’의 의미가 생겨난 것이다.
공장은 자본주의 발전의 상징이다. 가내 수공업에서 기계노동으로, 그리고 대량생산 자동화공정으로 변화해 온 공장의 모습은 그 자체로 거대한 상징이 됐다.
시커먼 석탄 연기를 뿜어내며 역동적인 생산의 현장이었던 공장은 이제 더 이상 그 의미의 본뜻을 이어가지 못하는 상황이다.
그래서 일하는 사무실이 공장이 되고, 얼굴과 몸을 뜯어 고치는 성형외과도 공장이 되는 우스운 일이 계속되고 있다.
정상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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