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승남(愼承南) 검찰총장이 최근 "국회의원의 면책범위에 한계가 있다"고 발언한 것을 계기로 여야가 국회의원의 면책특권 범위와 한계를 둘러싸고 공방을 벌이는 등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여당 등 사회 일각에서는 "면책특권을 악용한 국회의원들의 무분별한 의혹제기와 정치공세로 국민의 기본권이 훼손되고 소모적 정쟁만 가열된다"며 면책특권 관련 법령을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야당 등에서는 "면책특권은 행정부를 견제하는 국회의 대표적인 권리로 이를 제한하려는 움직임은 대의 민주주의의 파괴에 다름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찬성-김주덕 (변호사)
최근 이용호 게이트와 관련한 국회의원 발언이 면책특권의 범위를 벗어난 것이 아닌가 하는 시비가 국회 안팎에서 일고 있다.
면책특권을 인정하는 헌법 취지는 국회의원에게 발언과 표결의 자유를 보장함으로써 입법과 국정통제 권한을 적정하게 행사하도록 하는 데 있다.
헌법은 "국회의원이 국회에서 '직무상 행한 발언'에 관하여 국회 외에서 책임을 지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국회의원의 면책특권으로 인정하는 것은 '직무상 행한 발언'에 관한 것이다. 따라서 이를 넘어서는 행위는 면책특권의 대상이 될 수 없다.
우선 발언내용이 외관상 직무행위로 볼 수 없는 경우에는 명백하게 면책대상이 아니다.
그리고 직무행위의 형식을 갖추고 있으나 그 실질적 내용이 명예훼손 등 정상적인 의정활동과 무관한 것일 때 역시 직무행위로 볼 수 없다.
헌법학자들도 국회의원의 발언이 모욕죄나 명예훼손죄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면책특권을 인정할 수 없고, 의사당 내에서 행한 발언이라도 의제와 관계가 없는 경우에는 면책되지 않는다고 보고 있다. 독일 기본법은 중상적 명예훼손에 대해서는 면책특권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규정하여 허위표시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을 명문으로 면책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다.
면책특권과 국민의 기본권과의 조화를 고려하거나 국회법 규정 및 면책특권의 보장 취지에 비추어 보면, 결국 허위임을 알고도 정치적 의도에 따라 명예를 훼손하는 경우 등에는 면책특권 적용의 예외를 인정하여야 한다.
헌법에는 면책특권 조항 뿐만 아니라 사생활의 자유 등 기본권 보장에 관한 조항도 있다.
두 개의 가치가 충돌할 경우에는 이를 비교하여 조화롭게 해석하여야 할 것이다. 국회법 제146조는 의원은 본회의 또는 의회에서 다른 사람을 모욕하거나 다른사 람의 사생활에 대한 발언을 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국회의원이라고 해서 아무런 제약 없이 어떠한 내용의 발언이라도 마음대로 행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면책특권의 보장취지가 건전한 정치적 여론 형성을 가능하게 하여 대의 민주주의 발전에 기여하고자 함에 있다면, 국회의원이라도 허위의 정을 알았거나 적어도 허위일지도 모른다는 인식 하에 오로지 정치적 의도에 따라 특정인의 명예를 훼손하면 국민의 대표성을 이용하여 대의 민주주의 자체를 위협하는 것이므로 면책특권의 대상이될 수 없을 것이다.
■반대-안상수 (한나라당 국회의원)
오늘의 민주주의체제는 의회제도를 근본으로 하고 있으며, 의회의 구성원으로서 국회의원은 국민을 대표하여 국민의 의사를 법안과 정책에 반영함으로써 민주정치 실현에 기여하게 된다.
이를 위해 우리 헌법은 의원들에게 여러 특권을 부여하고 있는데, 특히 의정활동에 있어 자주성과 독립성을 보장하기 위해 헌법 제45조는 발언·표결에 있어 면책특권을 인정하고 있다.
면책특권은 무엇보다도 국회의 행정부에 대한 견제기관으로서의 권능과 국민의 대표기관으로서의 공정한입법과 민의 반영의 기능을 충족시키기 위해 인정되고 있다.
또한, 국회의원이 국민여론을 수렴하여 정책을 입안하기 위해서는 행정부, 사법부에 대한 철저한 비판이 필요하며, 이러한 정책적 고려에서 국회 내 발언의 자유가 보장되고 있는 것이다.
더 나아가서 행정부, 사법부, 이익단체 등 외부의 부당한 간섭이나 압력으로부터 벗어나서 오로지 의원 개인의 양심에 의해 행동하고, 의원은 자신의 의정활동에 대해 선거를 통해 심판을 받도록 함으로써 면책특권은 책임정치 구현에 있어 불가결한 요소이다.
면책특권은 영국에서 비롯된 제도로서 국왕의 권력에 대한 방어수단으로서 300년전인 1689년 권리장전에처음 명문화되었으며, 미국 그리고 프랑스, 독일, 오스트리아, 그리스 등 대부분의 국가들도 면책특권을 광범위하게 인정하고 있다.
영국의 경우를 보면, 원내에서 행한 비방적 발언에 대해서도 명예훼손으로 제소할 수가 없어 사실상 무제한적으로 면책특권이 인정되고 있다.
다만 원내에서 자율적인 제재를 받도록 하는 것이 면책특권에 대한 유일한 제한이라 할 수있다. 반면 독일에서는 직무와 관련이 없고, 비방적·모욕적 발언에 대해서만 면책특권을 인정하지 않고 있는데, 그러한 제한 규정과 함께 의원의 발언에 대한 소추(訴追)를 위해서는 연방의원의 동의를 얻도록 함으로써 사법부 통제와 의회의 자율적 통제간 균형을 유지하고 있다.
역사적으로, 그리고 세계적으로 의원의 면책특권은 권력분립의 원리를 실현하기 위해, 그리고 국민의 의사를 의정활동에 반영하기 위한 수단으로서 철저히 보장되고 있다.
따라서 국회의 자율적 통제 이외에, 민·형사상의 입법으로서 면책특권을 제한하려고 하는 것은 위헌일 뿐만 아니라 독재국가적 발상으로서 민주주의의 근본을 파괴하는 폭거라고 아니 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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