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이 최근 당국간회담을 싸고 벌인 공방을 보면, 한달 전에 장관급회담 합의문 발표가 있었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는다.남북은 25일까지 모두 10차례의 전화통지문을 주고받으며 회담장소만 논의하고 있다.
사실 논쟁의 본질은 장소가 아니라, 한반도 정세다.
북한이 모든 당국간 회담을 북측 지역에서, 금강산에서 열자고 고집하는 것은 남측이 테러사태에 대비해 경계태세를 강화했기 때문이다.
북한은 '불안한 남조선에 우리 인민을 보낼 수 없다'며 이산가족 행사를 일방적으로 연기했다.
그러나 북측이 주장하는 금강산은 장관급회담에는 부적합하다.
유일한 회담장인 금강산여관은 곰팡이 냄새가 진동하는 '유령의 집'과 같다. 당분간 회담을 하지말자는 의미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회담이 가능한 평양 인근의 묘향산은 어떠냐는 우리측 제의에 대해 "금강산도 산이고 묘향산도 산이다"며 고집을 꺾지 않고 있다.
북한에게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공격은 '남의 일'이 아니다. 북한 주민들은 미국이 침략할 수 있다고 실제로 믿고 있다.
남한에서 한미 양국이 군사훈련을 할 때면 모든 북한 주민들은 지하 방공호에 숨어야 한다. 반미(反美)의식 고취가 정권유지의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북한이 '외부일(테러사태)'을 걸어 불과 한달 전의 당국간 합의를 비트는 것은 자가당착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북한 스스로 강조해온 '민족 자주'를 어기는 것이기 때문이다. "통일 문제를 그 주인인 우리 민족끼리 자주적으로 해결하자"는 6ㆍ15 선언 첫 조항을 되새길 필요가 있다.
이동준 정치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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