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산, 매각, 투자연기, 감원, 감봉…. 세계 D램 반도체 시장의 구조조정이 시작됐다. 진원지는 랭킹 5위밖의중하위권 메이커인 대만과 일본 업체쪽. 세계시장의 80%이상을 점유하고 있는 삼성전자, 마이크론, 하이닉스, 인피니온 등 상위권 업체들은 버티기싸움을 계속하고 있지만, 대만과 일본업체들은 더 이상의 원가압박을 견디지 못하고 D램시장에서 속속 탈락하고 있다.■대만의 탈(脫) D램
모젤 바이텔릭(9위) 윈본드(10위) 파워칩 세미컨덕트(11위) 뱅가드(14위) 난야 테크놀로지(15위) 등대만업체들은 세계 D램시장에서 10~15위권에 집중 포진해 있다. 대만 업체들은 생산규모가 작아 현 불황기에 ‘규모의 경제’효과를기대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현지 소식통에 따르면 윈본드는 4개 반도체 공장중 가동률이 낮은 1개를 폐쇄할 방침이다. 아울러 윈본드로선기술제휴선인 도시바가 인피니온과 합병할 경우 존립기반이 위태로워져 결국 ‘인피니온+도시바+윈본드’의 3각 결합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난야 테크놀로지 역시 가격하락폭이큰 범용 SD램을 절반으로 감산하는 대신 DDR을 주력화할 계획이며, 뱅가드와 파워칩 역시 D램 라인을 플래시 메모리 제품으로 돌리는 방안을 검토중인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의 몸집 줄이기
엘피다(NEC+히타치)의 탄생, 도시바+인피니온의 결합 등 ‘짝짓기’를통해 생존을 모색해온 일본 업체들은 감원ㆍ감봉 등 대대적 추가 구조조정에 돌입한 상태다.
상반기(3~9월) 1,747억엔의 천문학적 순손실을 기록한 후지쓰(D램 랭킹 12위)는 총 2만1,000명을감원하는 한편, 직원들의 연말보너스 지급을 중단하고 임원보수를 30~40% 삭감키로 했다. 히타치(7위)는 연말까지 반도체 부문에서 3,100명을감원할 예정이며 생산라인도 대폭 축소키로 했다.
NEC는 반도체 인력의 명예퇴직을 실시하면서 대상자를 50세 이상에서 45세 이상으로 확대했다.도시바(6위)는 20%, 마쓰비시(8위)도 5~15%의 임원감봉을 검토중이다. 일본 반도체업계가 삼성전자와 하이닉스 반도체를 덤핑으로 몰아가고있는 것도, 현재의 경영상태가 그만큼 심각하다는 반증이다.
구조조정 물결은 상위업체로도 점차 확산돼 미국 마이크론(2위)은 24일 “스티븐 애플런 회장이 경영정상화 시점까지 봉급을 받지 않기로 했으며 비용절감을 위해 임원진은 20%, 연봉 6만달러 이상 직원은 10%씩 급여를 삭감키로 했다”고 밝혔다.
■구조조정 그 이후
전문가들은 반도체 업계의 피말리는 구조조정이 내년 상반기까지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일본ㆍ대만업체들의D램 시장이탈은 ▦공급과잉을 해소시켜 가격안정에 기여하고 ▦상위업체들이 그 시장공백을 메움으로써 ‘과점적 지배력’을더욱 강화하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란 분석이다. 삼성전자가 “4ㆍ4분기 시장점유율을 30%선으로 올리겠다”는 방침을 세운 것도 이 같은 맥락이다.
LG투자증권 구희진 애널리스트는 “반도체경기반등은 내년 하반기나 가능하겠지만 구조조정 효과로 4ㆍ4분기는 3ㆍ4분기보다 다소 나아질 것으로 본다”며 “특히고부가가치 제품 위주로 포트폴리오가 우수한 삼성전자는 다른 메이저 업체보다 1분기 정도 회복시기가 앞당겨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성철기자
sclee@hk.co.kr
■하이닉스 내달부터 순환무급휴직
하이닉스반도체는 25일 원가절감을 통한 자구노력차원에서 내 달부터 전 임직원이 1개월씩 순환 무급휴직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또 해외법인 인력은 20% 가량 감축할 계획이다.
하이닉스가 이날 마련한 인력ㆍ조직 구조조정방안에 따르면 인위적 감원은 하지 않는 대신, 노사협의에 따라 11월1일부터 내년 3월까지 1만4,000명 인력에 대해 1개월간 순환무급휴직을 실시하고, 팀단위 조직도 통폐합을 통해 35% 가량 줄이기로 했다.
하이닉스 관계자는 “순환무급휴직을 통해 매달 30%의 인건비를 절감하게 됐다”며 “국내사업장의 인력ㆍ조직감축외에 해외법인에 대해서도 20% 인력감축과 30% 정도 경비절감을 추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성철기자
sc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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