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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속으로] 방배동 카페골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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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속으로] 방배동 카페골목

입력
2001.10.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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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취한 골목? 아젠 맛의 거리라고요!주당(酒黨)이라면 누구나 한번씩은 가보았을 방배동 카페골목.

동작대로와 방배로 사이에 난 약 800여m의 왕복 2차선 도로에 2,3층짜리 상가들이 늘어서 이국적인 풍경을 연출하는 곳이다.

한때는 룸살롱 단란주점 록카페 등이 가득 차 ‘밤의 거리’ ‘환락의 거리’로 널리 알려졌던 골목이다.

‘욕망의 배출구’ 였던 방배동 카페골목이 이제 주민들의 품으로 돌아오고 있다.

미성년자의 통행이 금지됐던 이곳이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그치지 않는, 가족단위로 오붓하게 저녁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공간으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방배동카페골목은 한물간 곳이라고?

방배동 카페 골목에서 예전의 화려함을 찾기는 힘들다.

술꾼들의 흐릿한 눈길을 유혹하기 위해 설치했던 유흥업소의 네온사인은 하나둘씩 사라지고 패밀리 레스토랑, 웨스턴바, 아구찜, 삼겹살집 등으로 바뀌며 거리 풍속도가 달라졌다.

카페골목은 원래 80년대 초부터 형성되기 시작해 1990년대 초반 절정을 이뤘던곳.

압구정동에 본격적인 오렌지족이 형성되기 전엔 연예인들과 마이카족들이 즐겨 찾아 ‘밤의 천국’으로, 또 심야족들을 대상으로 새벽까지 문을 여는 고급 옷가게들이 많아 첨단 패션가로 인기를 끌었다.

그러나 젊은층들이 압구정동과 청담동 등지로 옮겨가고 1990년대 중반 유흥주점들이 경찰ㆍ구청의 집중단속에 문을 닫으면서 카페골목은 점차 쇠락의 길로 접어들었다.

그러나 최근 골목의 풍경이 변하면서 활기를 되찾고 있다.

이곳에서 청춘을 보낸 장년층들이 차분해진 거리를 반기며 발길이 부쩍 잦아졌고, 새로 들어선 신세대 삼겹살집이나 웨스턴 바엔 밝은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또 패밀리레스토랑 체인점과 특색 있는 음식점들이 계속 들어서면서 입소문이 퍼져 새로운 ‘입맛의 골목’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삼겹살집에서 만난 신동훈(33ㆍ서초구 반포동)씨는 “먹거리와 즐길거리가 다양한데다 북적대지도 않고 주차공간도 여유가 있어 자주 찾는 편”이라고 말했다.

■패밀리타운으로 바뀐다

카페골목이 본격 형성되기 전인 1978년 터를 잡은 ‘장미의 숲’은 카페골목의 터줏대감.

방송국 사람들과 연예인이 자주 찾았다는 이 집은 호텔을 제외하곤 국내에 처음으로 피자를 들여온 곳으로, 아직도 그때의 피자맛을 잊지 못하는 지긋한 단골들의 발걸음이 잦다.

김상훈(55) 사장은 “여기서 맞선을 봤던 손님들이 이제는 자제들 맞선 장소로 이용한다”며 “DJ가 들려주는 음악을 잊지 못해 찾는 이들도 많다”고 말했다.

맞은편에 자리잡은 우동ㆍ메밀국수 전문 ‘아까시’도 흉내낼 수 없는 독특한 국물맛에 끌려 찾는 20여년 단골들이 많다.

일식집 ‘미미’와 ‘송강민물장어’도 최소한 17년 이상 한자리를 지키고 있다.

방배동 카페골목에서 빠질 수 없는 것은 역시 마산할매아구찜. 서로 원조임을 내세우며 20여년간 경쟁해온 업체가 17곳이다. 보통 새벽6시까지 영업을 하는데, 전성기 때와 다름없이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다.

맛깔스럽고 정갈한 한식집 ‘화개장터’와 일본인이 미국인의 입맛에 맞게 만든 김밥이라는 캘리포니아 롤 전문점 ‘캘리포니아 롤’ 등은 최근들어 이름값을 날리는 곳이다.

도발적인 디자인과 색상의 속옷만을 판매하는 ‘팬티하우스’도 카페골목에서 빼놓을 수 없는 명물. 톡톡 ‘튀는’ 선물을 사려는 젊은이들의 발길이 잦다.

환락의 거리에서 서민의 거리로 거듭나려는 카페골목. 옛 추억과 새 유행을 적절히 조화시켜 서울을 의 명물 거리로 만들려는 상인들의 노력은 골목 분위기를 더욱 활기차게 바뀌가고 있다.

이성원기자

sung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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