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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움직인 이 책] 신동엽 시집 '금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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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움직인 이 책] 신동엽 시집 '금강'

입력
2001.10.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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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서재에는 빛 바랜 책 한 권이 꽂혀 있다.다양한 나의 삶의 경력을 반영하여 수시로 이사를 하기도 하였고, 많은 책들이 사라지기도 하였지만 이 책만은 아직도 내 곁에서 손때가 묻어 있다. 신동엽의 장편 서사시 ‘금강’이다.

과학기술부 장관으로서 빽빽한 일정 중에도 틈틈이 펼쳐보며 학창시절의 감동을 회상하는 ‘금강’의 첫 구절은 ‘우리들의 어렸을 적/ 황토 벗은 고갯마을/ 할머니 등에 업혀/ 누님과 난, 곧잘/ 파랑새 노랠 배웠다.’로 시작한다.

1930년 충남 부여생인 신동엽은 서른 아홉의 젊은 나이로 타계할 때까지 민족현실에 대한 날카로운 인식을 담은 작품들을 발표하였는데 나는 ‘금강’을 읽으며 우리 역사의 파랑새를 생각하곤 하였다.

나는 지금도 지난 100년 동안 나라의 운명을 바꾼 최대 사건을 들라면 동학농민전쟁을 들고 1894년 11월 8일 ‘우금치의 그날’을 기억한다.

‘공주 우금티, 황토흙 속 유독 아카시아가 많은 고개였어/ 그 우금티 고개에서 동학군은 악전고투했다. 상봉 능선에 일렬로 배치,/ 불을 뿜는 왜군 제5사단의 최신식 화력,/ 야전포, 기관총, 연발소총, 수류탄/ 꽃이 지듯 밑없는 어둠으로 수백명씩 만세 부르며 흰 옷자락 나부껴 수천명씩 차례차례 뛰었다.’(제20장)

우금치는 공주에서 부여로 넘어 가는 길목인 견준산 기슭으로, 그날 농민군들은 공주성을 향해 진군하였는데 약 3만의 농민군은 약 200명 일본군의 근대적 무기와 화력 앞에서 무참하게 희생되었다. 우리 민족이 자신의 힘으로 근대화를 이룰 수 있는 길이 외세와 그를 앞세운 봉건 세력에 의해 좌절된 것이다.

지난 한 세기 우리의 국력과 과학기술은 눈부시게 발전하였다.

반도체, 이동통신, 조선, 자동차, 철강, 원자력을 중심으로 세계 11번째 무역대국으로 성장하였고, ‘우금치의 그날’ 우리 손으로 총을 만들지 못해 무참히 짓밟힌 한반도 상공 위를 아리랑 1호가 하루에 3번 순회하고 있다.

100여년 전 선조들이 노래하던 파랑새가 날던 자리에 지금은 우리의 비행기와 인공위성이 지나고 있는 것이다. 과학기술은 행복과 희망이다.

/김영환 과기부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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