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가 이렇게 올랐는데 도대체 수익률이 이게 뭡니까. 당신 펀드메니저 맞아?”A자산운용사의 K펀드메니저는 최근 빗발치는 항의 전화에 일도 제대로 못한다.외국인이 연일 대규모 순매수 공세를 펴면서 종합주가지수가 540까지 뚫었지만 시장을 비관적으로 전망, 현금 비중을 늘린 탓에 수익률이 제자리 걸음이기때문이다.
그렇다고 지금 들어가기에는 이미 지수대가 너무 높은 수준. K펀드메니저는 “요 며칠새 살이 3kg이나 빠졌다”며 “여전히 시장을 안 좋게 보지만 대세 상승장을 놓칠 수도 있다는 불안감에 밤잠도 못자고있다”고 털어놨다.
■기관, 10월 9,000억원매도
최근 외국인의 대규모 순매수 공세가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기관들의 움직임에 시장의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지난달 말 이후 순매도를 펼쳐온 기관들이 외국인의 순매수 랠리에 동참할 경우엔 폭등장이 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25일 외국인은 1,107억원에 달하는 순매수를 기록하며 종합주가지수를0.70포인트(0.13%)상승한 541.19까지 올려놨다. 외국인의 10월 누적 순매수는 1조3,500억원을 넘어 섰다. 반면 이달 들어 단 하루도쉬지 않고 순매도 랠리를 이어온 국내 기관들은 이날도 655억원을 순매도, 외국인과 반대의 입장을 취했다. 이에 따라 10월 누적 순매도는9,000억원에 육박하게 됐다.
이처럼 기관은 팔고 외국인은 사는 가운데 지수가 오르자 기관들의 순매수 전환가능성이 제기되고 외국인과 기관이 동참하는 ‘쌍끌이 장’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특히 4대 연ㆍ기금의 미집행분이 2조원을 넘는 상태에서국민연금의 미 집행분 중 4,000억원이 내주 중 증시에 투입될 것이라는 소문도 돈다.
실제로 일찌감치 외국인 랠리에 동참한 일부 기관들은 상당한 수익률을 낸 것으로알려졌다.
■“우리는우리의 길을 간다.”
그러나 종합주가지수가560을 돌파하지 않는 한 기관들이 시황관을 바꾸거나 기존 스탠스를 번복하긴 쉽지 않을 전망이다. 굿모닝증권 홍춘욱 이코노미스트는 “기관들의 고민이큰 것은 사실이나 지금 외국인 랠리에 동참하기엔 너무 늦었다”며 “경기 전망이 여전히 불투명하다는 점, 재고조정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점, 확실한주도주가 없다는 점 등도 비관적인 시장 전망을 수정하기 힘들게 하는 현실들”이라고 지적했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도“요즘 기관들은 넋을 잃고 외국인만 바라보고 있는 상태”라며 “그러나 증시가 단기 급등 과열 양상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 대체적인 시각”이라고 말했다.
박일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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