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은 다음달 중순 라마단(금식월) 이전까지 카불과 마자르-이-샤리프를 반드시 함락시킨다는 단기 군사 목표를 세우고 탈레반과 북부동맹의 전선지역에 폭격을 계속하고 있다.이를 위해 아프가니스탄 북부지역에 군사고문단과 특수부대를 투입했으며, 우즈베키스탄에 주둔중인 지상군 병력들도 전개를 시작한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하지만 사생의 배수진을 친 탈레반의 저항으로 북부동맹군은 진퇴를 거듭하고 있는 형편이다. 겨울을 맞아도 전황 변화가 없을경우 미군은 오폭의 위험이나 난민 구호활동에 걸림돌이라는 비난을 무릅쓰면서 주요 도시 공습을 계속할 수밖에 없다.
미 국방부 대변인인 존 스터플빔 해군 소장은 이날 폭탄과 미사일 3,000여발을 동원한 17일 간의 공습으로 탈레반의 방공망을 거의 모두 파괴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제는 탈레반의 유류 저장고나 식량 창고 등 군수물자시설 파괴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군 투입도 본격화할 태세다. 일본 아사히(朝日)신문은 우즈벡 하나바드 기지에 주둔한 제10 산악사단과 특수부대 등 미군 1,000여 명이 20일 이후 4일 동안 아프간 북부에 투입돼 군사 작전을 전개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군사 전문가들도 두 도시의 조기 함락이 전쟁의 성패를 가름할 분수령이라고 지적하고있다. 데이비드 그레인지 전 미 육군 소장은 이날 CNN 방송에서 “겨울이 오기전 카불과 마자르-이-샤리프를 확보해야 서부 헤라트와 남동부 칸다하르가 고립돼 공습으로 제압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른 전문가들은 미국의 공습 등 1단계 작전은 카불 등 주요 도시를 접수할 때까지 계속될 것이라며 그 이후에는알 카에다의 조직망을 분쇄하기 위한 지상전이 주요 작전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천혜의 요충지인 마자르-이-샤리프는 강화되는 북부동맹의 공격에도 불구하고 난공불락의 양상을 보이고 있다. 1997년 마자르-이-샤리프 공격 당시 포로로 잡힌 전사 2,000명이 현 북부동맹에 모두 처형당한 과거를 기억하는 탈레반군은‘물러서면 죽음 뿐’이라는 태세로 결사항전하고 있다. 도로망이 좁은 데다 사막으로 은폐할 지물이 없는 점도 공격에 큰 장애다.
탈레반은 특히 민간인 거주지에 탄약창고와 지하 참호를 구축해 미군의 공습 효과도 크게 기대할수 없는 형편이다. 게다가 공격을 주도하는 우즈벡족 압둘 라시드 도스탐 사령관과 타지크족 하마다 아타 사령관 사이에 실질적인 협력이 이루어지지 않는 등 자칫 두 도시 공략이 장기화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김범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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