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다 많은한국 기업들이 자본과 기술을 가져오기를 희망합니다. 무엇보다 우리에겐 13억의 거대한 ‘마켓(시장)’이 있지 않습니까.”중국에 진출한 한국기업의 60%가 몰려 있다는 중국 산둥성(山東省) 칭다오(靑島). 이 곳 경제기술개발구의 최고 책임자인 장지에(姜杰ㆍ37) 주임은 요즘도 ‘외자 유치’를 위해 발벗고 뛰고 있다. “기업인들을 위해 24시간 핸드폰을 켜놓고 있다”는 그의 투철한정신에서도 느낄 수 있듯이 칭다오 개발구는 ‘중국에서 가장 기업하기 좋은 특구’로 통한다.
■‘싼 인건비’의 주술에서 벗어나라
사업신청서를 내면늦어도 이틀 안에 결재가 난다는 이 곳 칭다오 개발구에 올들어 새로운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원자재 수입→중국 현지 가공→완제품수출의 임가공 형태로 사업을 운영하던 외국 기업들이 속속 내수 전문기업으로 변신하고 있는 것.
중국 정부가 올3월 전국인민대표자대회를 통해 외자기업들의 중국 내수시장 진출을 100% 허용했기 때문이다. (이전에는 중국 현지 생산제품의 30%까지만 내수판매 가능.)
하지만 내수시장개척은 한국 기업들에겐 아직 요원한 과제. 개발구내에 입주한 한국기업의 수는 10월 현재 1,680여 곳. 섬유나 봉제, 신발, 완구, 가죽,액세서리 등 분야의 위탁가공무역 업체들이 대부분인데 이 가운데 중국 내수시장을 공략하고 있는 기업은 1%도 채 안 된다는 것이 현지 관계자들의분석이다.
한국을 제외한 칭다오 현지의 외자기업 70% 가량이 내수에 주력하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칭다오 개발구에서 유리공장을 운영하는 한중소기업인은 “아직 한국의 10%에 불과한 저렴한 인건비만을 노리고 위탁생산기지로 삼기 위해 중국에 투자하는 기업들이태반”이라며 “한국 기업들은 중국 내수시장으로 눈을 돌릴만한 역량도, 의지도 없는 상황”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빛의 속도’ 로 비유되는 중국경제의 발전 속도로 볼 때 ‘싼 인건비’ 의 혜택은 그리 오래가지 않을것이라는 우려가 높다.
■13억 내수시장으로 눈을 돌려라
대안은 ‘13억 내수시장’에서 활로를 찾는 것이다. 중국에서 성공적으로 뿌리내리기 위해선 단순 가공무역에만 안주할게 아니라 점차적으로 중국 현지 생산 및 판매체제로 전환, 과감히 내수시장 개척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화섬업체 고합의 중국현지법인 ‘칭다오고합’은 내수 전환으로성공한 케이스. 1996년 중국에 진출한 이후 꾸준히 내수시장 개척에 주력해 온 칭다오고합은 지난 해 총매출 1억2,600만달러, 영업이익 1,210만 달러의 실적을 올리며 주거래은행인 중국건설은행으로부터 최우수 신용등급인 ‘AAA’를 획득했다.
올 3월 100% 내수전문기업으로 변신한 뒤에는 공장증설 용도로 중국건설은행으로부터4,500만 달러의 대출을 받는 데 성공, 이 가운데 1,850만 달러를 워크아웃 중인 한국의 고합 본사에 지원해주기도 했다.
이 회사 이성래(李成來ㆍ50)사장은 “앞으로 2~3년 후면 값싼 인건비를 통한 가격경쟁은 무의미할 것이라는 판단 하에고품질 전략으로 내수 공략에 주력해 왔다”며 “내수에서거둔 성과 덕분에 중국 맥주업계 1위 업체인 ‘칭다오 맥주’만큼이나 지역경제에도움을 주는 모범기업으로 대우 받고 있다”고 자랑했다.
칭다오에 진출한 한국 기업인들의 모임인 ‘청도한국상회’의윤영섭(尹榮燮ㆍ49) 회장은 “한국기업의 상당수가 중국 내에서 워낙 거래를 뚫기가어려운데다 장기적인 비용과 투자가 필요할 것이라는 막연한 두려움 때문에 아예 내수를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며 “한국기업들이아직은 상대적으로 기술 및 제품 경쟁력이 높은 만큼 중국과의 합작투자 방식 등을 통해서라도 서둘러 내수공략에 나서야 할 때”라고강조했다.
창다오=변형섭기자
■중국 진출 기업 성공비결 5가지
‘철두철미한 사전준비와 현지기업과의 적극적 제휴’.
중국시장에서 성공적으로 뿌리를 내린 기업들의 공통점이다. 삼성경제연구소는24일 ‘중국시장 진출의 성공요인’이란 주제의 보고서를 통해 모토로라ㆍ폭스바겐ㆍP&GㆍGEㆍ맥도날드ㆍSKㆍ삼성SDIㆍ삼성전자ㆍ하이파이브등 9개사가 중국시장에서 성공을 거둔 비결을 소개했다.
그 주요 비결은 ▦철저한 사전준비 ▦현지기업과파트너십 구축 ▦고급 이미지 전략 ▦현지 채용인 교육투자 ▦기업시민의식의 함양 등 5가지.
성공한 기업들은 먼저 다른 나라에 진출할 때보다 사전관찰과 계획수립을 충실하게수행했다. 본격적인 사업 시작에 앞서 대표사무소를 설치, 교두보로 활용하면서 사업파트너 선정을 위한 조사, 중장기 협약 체결, 상품개발 정보수집등에 주력했다. GE는 사전준비에만 무려 15년을 소요했다.
이들 기업은 또 중국 국영기업과의 과감한 합작(파트너십 구축)을 통해 중국관료와의 비공식적 관계를 의미하는 이른바 ‘관시(關係)’ 문제를 해결, 토지ㆍ원료ㆍ서비스 등 많은 측면에서 정부 지원을 받을 수 있었으며 폐쇄적인 유통시장 개척 시간을 단축할 수있었다.
수준 높은 중국 소비자들을 겨냥해 고가정책을 채택하고 선진서비스를 제공하는고급 이미지 전략을 구사했으며, 현지 채용인들에게는 본사탐방 기회를 제공하거나 인터넷을 통한 원격 교육을 실시하는 등 재교육에 많은 투자를 했다.이와 함께 적극적인 기부와 사회봉사 활동 등으로 기업의 이미지를 높이는 데도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변형섭기자
hispee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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