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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이게 과연 코미디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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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이게 과연 코미디입니까?"

입력
2001.10.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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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철수 이덕화 조혜련 서경석 한석규 등이 한국영화 ‘미워도 다시 한번’의 배역을 나누어 맡았다.눈을 감고 목소리만 들어보면 진짜와 가짜를 구분할 수 없을 정도로 그대로 흉내를 내고 있다. 성대모사 콘테스트를 열면 대상은 떼어 놓은 당상일 것 같다.

22일 방송된 MBC 코미디 ‘오늘밤 좋은밤’의‘명작열전’.

개그맨들이 선배 개그맨을 흉내내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그들의 너무나도 완벽한 흉내에는 변주가 없다.

베끼기는 이 코너에만 그치지 않는다. ‘아름다운 TV 얼굴’은 동명 프로그램에서의 박상원의 진행스타일을 그대로 가져왔고, ‘코미디는 나의 인생’은 코미디언판 ‘성공시대’다.

성인을 위한 시사풍자코미디를 지향하던 ‘오늘밤 좋은밤’은 ‘총리일기’ 등이 없어지면서 그나마 풍자조차 없어졌다.

“전체평가: 너무 패러디와 성대모사가 난무함. 설정보다는 내용이 부실함”(안종민)이라는 평이 게시판에 올랐지만, 사실 ‘성대모사’는 있어도 ‘패러디’는 없다.

원작을 재해석하려는 시도가 전혀 엿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쫄라맨’은‘졸라맨’을 인터넷에서 TV로 옮겨왔을 뿐이다.

독창성과 아이디어의 상실. 웃음은 고사하고, 잠자리가 짜증날 정도로 유치하고 한심하다. 국민의 재산인 전파의 낭비라는 비난을 받기에 충분하다.

최근 코너 물갈이를 단행한 MBC 코미디 ‘오늘밤 좋은밤’과 ‘코미디 하우스’는 23% 안팎의 시청률을 기록하는 ‘개그콘서트’(KBS2)를 따라잡기에는 역부족. 당연하다.

‘코미디 하우스’가 스탠딩개그를 강화하면서 살아남은 건 ‘허무개그’와 ‘심리개그 와룡봉추’ 뿐이다.

하지만 ‘와룡봉추’는 질질 끌면서 투정부리는 것 같은 고명환 말투만 남발하고 있다. ‘테마극장’ 등 MBC가 전통적으로 강했던, 드라마적 요소가 강한 콩트식 개그를 버리고 스탠딩 개그를 선택한 것이 악수였다.

둘씩 혹은셋씩 짝을 지어서 무대에 올렸을 뿐, 코너 특유의 색깔이 없다. 개그맨들을 골고루 출연시켜기 위한 배려인가.

서승만 등 출연자들이 연극무대에서 배우가 독백하듯이 돌아가면서 생각을 늘어놓는‘연극개그’는 형식은 독특하지만 독백조의 무미건조한 말투가 반복된다.

옌벤총각, 운동권 학생, 시골마을 이장처럼 다양한 캐릭터를 살려내는 ‘개그콘서트’의‘봉숭아학당 2001’과 대조적이다.

‘철학개그, 이것이 코미디다’는 너무 진지해서 웃음을 주는 개그라기 보다는 억지 논문을 소리내 읽는 듯하다.

이윤석이 반복해서 말하는 “이것이 코미디입니까”라고 시청자가 되물어야할 것 같다.

“단조로움을 무재미를 유익, 진지, 나름의 열정이라는 것으로 무마하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김승욱)는 고언도 있다.

그것도 모자라 한 프로그램내에서 ‘앙코르 영상개그’와‘天ㆍ地ㆍ人(천ㆍ지ㆍ인) 명상개그’는 똑같은 형식을 반복한다.

카르멘의 ‘하바넬라’에 맞춰 입만 벙긋하던 ‘클래식개그’는 어정쩡한 슬랩스틱에 ‘허리케인 블루’보다 완벽성도 떨어진다.

‘오늘밤 좋은밤’과 ‘코미디 하우스’는 최소한 자존심도 팽개쳤다. 스톱모션으로 스틸사진을 한 장 한 장 이어가는 ‘추억은 방울방울’처럼 독창성을 고수하는 코너가 사라지고, 인기 있는 다른 캐릭터, 다른 프로그램을 베끼거나 자기복제에 급급하다.

그것으로 즉흥적인 웃음을 이끌어내기란 애초 불가능하다. 하물며 세태를 꼬집는 풍자를 기대하랴..

문향란기자

iam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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