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3년 공직에서 은퇴한 뒤 제2의 인생을 살고자 했던 계획이 이제 비로소 완성된 듯 합니다. 아시아에서 단 1개뿐인 중남미야외조각공원이라는 자부심 때문에 가슴이 벅찰 뿐입니다.”1974년부터 20여 년 동안코스타리카ㆍ도미니카ㆍ아르헨티나ㆍ멕시코 대사를 지낸 이복형(69) 중남미문화원장.
그는 요즘 경기 고양시 고양동 중남미문화원 옆 2,000여 평야산을 오르내리느라 정신이 없다.
굴착기 기사에게 뭔가를 지시하고, 조각 작품이 제대로 설치됐는지 확인하면서 어린애처럼 좋아한다.
3년 여 전부터 준비해온 중남미야외조각공원이 11월10일 이곳 야산에 세워지기 때문이다. 이미 그의 손은 시골농부처럼 깊고 굵게 못이 박였다.
1994년 중남미 박물관, 1997년 미술관 개관으로 마야ㆍ잉카 제국의 유물 2,000여 점과 중남미 현대 미술품 40여 점을 소장하고 있는 그가 왜 또 야외조각공원이라는‘욕심’을 부렸을까.
“우리 청소년들이 음료수라도 마음껏 마시고 뛰놀면서 중남미 조각작품을 감상토록 하기 위해서”다. 너무나 소박한 바람이다.
전시작은 12개국 작가 18명의 조각 40여 점. 국내에도 애호가가 많은 멕시코 작가 빅토르 구티에레즈의 청동조각 ‘카르멘-빛과 희망’을 비롯해 파라과이 작가 코키 루이즈의 돌조각 ‘풍요의 천재-쿠루피’ 등 확실히 독특한 중남미 조각이다.
17점은 주한중남미 대사관을 통해 기증 받았고, 나머지는 경기문화재단의 지원금으로 구입했다. 현장 감독은 부인 홍갑표(67ㆍ중남미문화원 이사장)씨.
그는 이원장의 중남미 대사 시절에 시골 장터를 돌아다니며 현재의 박물관 유물 대부분을 사들였고, 조각공원의 설계도까지 직접 그렸다.
기자와 얘기를 나누는 중에도 “조각 받침대를 다른 것으로 할 걸 그랬지요?” “이 작품 괜찮지요?”라고 끊임없이 묻는 이 원장 부부.
그들은 어느새 멕시코나 칠레 어디쯤의 선량한 시골 부부를 닮아 있었다.
/김관명기자 kimkwm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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