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탄저균에 감염되지 않았다.”조지 W 부시 미국대통령은 23일 백악관에서 의회 지도자들을 접견한 후 기자들을 만나 자신은 탄저균에 안전하다고 수 차례 강조하는 장면을 연출해야 했다.
부시 대통령은 기자들이 탄저균 감염 여부를 진찰 받았느냐고 묻자 “내게는 탄저균이 없다”며 “내일 근무를 시작할 때도 나는 무사할 것”이라고 받아넘겼다. 부시 대통령은기자들의 질문이 거듭되자 “백악관 집무실과 비서실에 조사했으나 안전하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며 무려 세 차례나 자신은 탄저균에 무사하다는 사실을 강조했다.
이에 앞서 애리플라이셔 백악관 대변인은 “백악관 밖에 있는 백악관 우편물 취급소의 우편물 개봉장비에서 응집된 탄저균 포자가 발견됐다”고 밝혔다. 플라이셔 대변인은“탄저균에 감염된 우편물은 발견되지 않았으며 방역조사 결과 백악관에서는 탄저균이 검출되지 않았다”면서 “관계자들은 백악관이 탄저균 감염으로부터 안전하다는 것을 확신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통령 경호를 담당하는 재무부 산하 비밀경호국도 “이 우편물 취급소와 관련된 사람들 가운데 탄저균 노출이 확인된 경우는 없다”고 발표했다. 플라이셔 대변인은 “백악관 우편물 취급소는 폐쇄된 채 방제소독을 받고 있으며 이 취급소와 백악관 내 우편물 취급소의모든 종사자들이 탄저균 노출여부를 검사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탄저균이 발견된 백악관 우편물 취급소는 백악관에서 수 Km 떨어진 곳으로 아나코스티아해군기지와 볼링 공군기지가 공동 관리하는 군부대 내에 있다.
백악관 우편물 취급소에서탄저균 포자가 발견됐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백악관 직원들은 “마침내 백악관까지 탄저균 테러가 들이 닥쳤다”며 한바탕 소동을 벌였다. 수석 참모들은 직원들이 동요하자 “탄저균은 로켓에 실린 미사일이 아니므로 백악관까지 침투할 리 없다”는 내용의 E-메일을 보내기도 했다. 백악관직원들은 사무실에서 일단 철수한 후 모두 진찰을 받기도 했다.
참모들은 “백악관 우편물 취급소에서 발견된 탄저균 포자는 20~500개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며 “이는 4,000개 이상과 접촉해야만 감염되는 규모에 비하면 턱도 없는 수치이므로 안심하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워싱턴=윤승용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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