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호 9단의 중국 바둑리그 진출이 가시화했다.한국기원은 30일 상임이사회를 열고 이 9단의 중국 바둑리그(웨이치리엔싸이ㆍ圍聯賽) 출전을 공식 논의하기로 했다.
현재까지는 한국기원 규정상 소속 기사의 중국 진출을 막을 수 있는 조항이 없는 상태. 결국 이날 회의에서는 ‘앞으로 기원 소속 프로기사들의 중국 진출과 관련된 각종 규정을 공식화한다’는 결정을 내리는 선에서 이 9단의 중국행을 승인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바둑계 관계자는 이와 관련 “12월 중국에서 열리는 춘란배 국제대회에서 이창호 9단이 중국 바둑리그 갑조 저장(浙江)팀과 계약을 체결할 것”이라며“대국 당 1만 달러(한화 약 1,300만 원)선에서 출전료가 정해질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에 앞서 저장팀은 22일 한국기원에 보낸 특별서신을 통해 “한국의저명 전문기사 이창호 9단의 2002년 중국 바둑리그 갑조 대회 가맹을 특별히 요청한다”며“한국기원의 동의를 바란다”고 밝혔다.
1999년 출범한 중국 바둑리그는 일종의 연고 도시 및 성(省) 별 대항전. 각 6명씩의 선수를 보유한12개 팀이 1년 동안 상ㆍ하반기 총 22차례 대국을 펼치는 갑조와 1주일 동안의 단기전으로 치러지는 을조로 나뉜다.
메이저리그 격인 갑조는 각팀이 4명의 선수를 내세워 단체전 승패를 가린 뒤 프로축구식으로 승점을 매겨 우승팀을 가리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총상금 규모는 3억원.
현재 중국 바둑리그에 진출한 한국기원 기사는 유창혁 9단, 목진석 6단 등 9명이다.
윈난(雲南)팀에 소속된 유 9단이 6승2패를 기록하는 등 진출기사 대부분이 좋은 성적을 내고 있다. 이들은 각기 수백만 원에서 수천만원대의 대국료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9단이 진출할 예정인 저장팀에는 마샤오춘(馬曉春), 위빈(兪斌) 9단이 속해있다. 최강자는 충칭(重慶) 팀으로 지난해 우승에 이어 올해 상반기에도 1위를 달렸다.
한편 한국기원은 올해 초 목 6단을 필두로 한국기사들이 중국에 진출할 때까지는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그러나 바둑의 스포츠화를 추진하고 있는 한국기원으로서는 이 9단의 중국 진출 파장을 고민할 수 밖에 없는 형편이다.
한국기원 관계자는 “국내 기전 공동화를 막기 위해 국내 타이틀 보유자는 보내지 말자는 의견도 있다”며 “중국에 진출하는 기사들이 계속 늘어날 가능성이 높아 중국 바둑리그 형식 연구를 통해새로운 대안을 모색하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개인적인 접촉을 통한 계약보다는 프로축구 선수의 해외진출처럼 한국기원 차원에서 임대료를 받고 내보내는 방안을 생각해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 9단의 중국 진출을 계기로 바둑의 체육종목 전환과 팀별 리그전 창설 추진등이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그러나 ‘용병으로 팔려간다’, ‘세계바둑계의 발전을 위해 대승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맞서 논란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정상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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