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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포도송이,배불뚝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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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포도송이,배불뚝이

입력
2001.10.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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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山)이 그대로 남아 있는지도 봐야 해."대단위 아파트단지가 들어서고 있는 수도권 신시가지에 사는 한 선배의 말에 배꼽을 잡았다.

얘기인 즉, 아파트 분양광고 때 천혜의 입지조건으로 선전했던 단지주변의 산이 정작 입주 시점에 가면 없어지는 경우도 있다는 것이다.

단지를 개발하면서 인정사정 볼 것 없이 헤치고 깎아 버렸기 때문이다. 산 전체가 통째로 없어질 수야 없겠지만 오죽하면 그런 말까지 나올까.

■신도시나 신시가지에 새로 둥지를 틀게 되는 사정과 동기는 사람마다 다르다.

하지만 누구에게나 가슴 설레게 하는 공통분모가 있다. 맑은 공기와 트인 전망, 깨끗한 거리와 풍부한 녹지, 적어도 신도시내에서는 원활한 교통흐름…. 한마디로 주거환경의 쾌적성이다.

이런 꿈의 실현은 원거리의 직장 출ㆍ퇴근 피로에도 불구하고 대도시의 삶과 바꿀만한 가치가 충분하다.

1990년대 조성된 수도권 5개 신도시 생활이 초기에 그랬다. 과밀과 체증으로부터의 '탈출 만세!'였다.

■20세기 초 미국의 사회학자 클리어런스 페리는 도시계획과 주민의식구조의 함수관계를 밝혀내는데 정열을 쏟았다.

끈질긴 관찰을 통해 그는 도시설계가 주민의 근린의식, 나아가 사회통합 여부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증명해 냈다.

도시는 물리적 기능뿐 아니라 주민의 정서와 인성까지 바라보며 계획되어야 한다는 말이다. 페리의 이론은 오늘날 세계각국의 신도시 건설에 있어 사상적 이정표로 우뚝 솟아 있다.

■신도시는 이처럼 여러 기대효과를 만족시켜야 비로소 제 빛이 난다.

그러나 우리의 신도시들은 '계획 다르고, 실천 달라' 골병이 들어가고 있다. 장밋빛 청사진의 신도시가 어느 틈에 과밀 체증의 구도시 마성(魔性)을 닮아 간다.

도심은 무분별한 용도변경등으로 배불뚝이가 되고, 외곽은 끊임없이 불어나는 아파트단지가 포도송이처럼 주렁주렁 달린다.

최근 특혜의혹으로 시끄러운 분당 백궁ㆍ정자지구 용도변경은 그런 것의 단편에 불과하다.

송태권 논설위원

songt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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