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일랜드 출신 4인조 모던 록 밴드 크랜베리스가 뉴욕 세계무역센터 쌍둥이 빌딩에서 찍은 뮤직 비디오가 화제가 되고 있다.크랜베리스가 쌍둥이 빌딩에서 5집 ‘Wake Up & Smell The Coffee’의 타이틀 곡 ‘Analyse’의 뮤직 비디오를 찍은 것은 7월.
‘분석하지 말고 내면의 눈을 뜨라’는 주제와는 역설적으로 여성 보컬 돌로레스 오라이어던이 두 빌딩 사이에서 노래하는 모습을 담았다.
음침한 분위기를 내기 위해 쌍둥이 빌딩 주위로 끊임없이 비행기가 날아 다니는 장면도 넣었다. 뮤직 비디오는 8월 싱글과 함께 공개되었고 약 한 달 후 쌍둥이 빌딩은 무너져 내렸다.
사고 당시 유럽 투어 중이었던 크랜베리스는 1주일 뒤인 9월 18일 ‘Anlayse’의 뮤직 비디오 방송을 중단했다.
비디오의 장면들이 붕괴 참사의 이미지를 떠올리게 한다는 지적 때문이었다. 문제의 소지가 있는 장면들은 모두 재편집되어 10월 4일 다시 공개되었다.
새 버전에서는 쌍둥이 빌딩 대신 그래픽으로 만든 가상의 빌딩이 배경이 되고 비행기는 없어졌다.
크랜베리스는 희생자들을 기리기 위해 유럽 순회 공연 등 모든 일정을 무기연기했다. 18일에는 ‘유나이티드 웨이 9월 11일 펀드’의 자선경매에 오라이어던이 ‘Zombie’ 뮤직 비디오에 하고 나왔던 금속 머리띠와 96년 ‘To The Faithful Departed’의 녹음 때 사용했던 기타를 내놓았다.
음악처럼 실제로도 절망과 불안, 냉소로 일관했던 예전의 크랜베리스를 생각하면 좀 의외다. 하지만 크랜베리스도 이제 한 명 빼고 모두 30대.
드러머 퍼걸 롤러의 말을 빌면 “이제 더 이상 어릴적 했던 사소한 일을 걱정하지 않는” 나이다.
데뷔 10년을 맞아 내놓은 새 음반은 그에 대한 음악적 반증이다. 힘은 다소 떨어졌지만 남들과는 다른 느낌의 느긋함이 듣기 좋다.
최고의 흥행작이었던 1, 2집의 프로듀서였던 스티븐 스트리트가 다시 가세해 경쾌함과 우울함이 섞인 특유의 색깔을 다시 찾았다. 크랜베리스의 새 음반은 24일 국내 출시됐다.
김지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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