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시작이다.” 한 때 은퇴를 결심했던 한국 여자탁구의 에이스 류지혜(25ㆍ삼성생명)가 새 출발을 한다. 류지혜는 최근 은퇴의사를 완전히 접고 목표를 내년 아시안게임에 다시 맞췄다.류지혜에게 2001년은 시련의 한해였다. 4~5월 일본 오사카 세계선수권에서 세계의 높은 벽에 절망해야 했다. 간판선수로서의 자신감은 바닥으로 떨어졌고 기술적으로도 한계를 느꼈다. 은퇴냐 재도전이냐를 놓고 방황한 류지혜는실제로 세계선수권 이후 두 달 가까이 라켓을 외면하기도 했다.
지난 9월 말 임대선수로 유럽(프랑스 몽펠리에)에 진출한 까닭도 방황의 탈출구 성격이 강했기 때문에 마냥 축하해 줄만 한 일은 아니었다.
그런 그가 다시 마음을 다잡았다. 22일 끝난 독일오픈 여자단식 패권을 차지하며 97년 브라질 오픈 이후 4년4개월여만 국제대회에서 정상에 올랐다.
프랑스 무대에서도 연전연승하며 잃었던 자신감을 되찾았다. 이 달 초 발표된 세계랭킹도 12위에서 7위로 뛰어올랐다. 강문수 삼성생명감독은 “목소리부터 달라졌다”며 류지혜의 방황탈출을 반기고 있다.
국제 탁구계가 중국의 독주를 견제하기 위해 갖가지 방법을 내놓고 있는 것 또한 류지혜의 어깨에 힘을 실어준다. 올해 지름이 2㎜ 늘어난 40㎜ 라지볼과 11점제 도입에 이어 내년 9월부터는 변칙 서비스를 막기 위한 장치도 마련된다.
서비스 임팩트 장면을 손으로 가리는 게 금지돼 위장서비스로 쉽게 점수를 따내던 중국선수들에게는 큰 감점 요인이 될 전망이다.
“더 이상의 방황은 없다. 고향 부산에서 열리는 아시안게임서 반드시 챔피언에 오른 뒤 명예롭게 은퇴하겠다.” 시련을 거친 류지혜가 밝힌 2001년 가을의 다짐이다.
김정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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