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아프가니스탄 공습이 계속되면서 민간인 피해가 급증하는 등 오폭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탈레반 측이 민간인 피해를 주장하면 미국은 일단 부인했다가 나중에 시인하는 일이 거듭되면서 오폭의 고의성 여부를 둘러싼 공방이 한층 가열되는 분위기다.아프간 서부 헤라트에서 병원 오폭으로 100여명이 사망했다는 탈레반 측의 주장이 파키스탄 주재 유엔 대표부에 의해 사실로 판명되자 미국은 23일 뒤늦게 군 차량 저장소를 겨냥했던 폭탄한 발이 빗나가 민간 시설을 오폭했다고 시인했다. 그러나 미국은 오폭 장소가 병원이 아니라 노인정이며 인명 피해도 알 수 없다면서 탈레반의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이지는 않고 있다.
탈레반측은 급증하는 민간인 오폭을 부각시켜 국제 사회의 동정 여론을 불러일으키려는 태세다. 압둘 살람 자이프 파키스탄 주재 탈레반 대사는 “조지 W 부시 정부가 말로는 테러를 비난하면서 실제로는 아프간에서 테러를 벌이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에 대해 미국은 민간인 거주지를 고의로 폭격하지는 않는다고 주장하고 있다.
미 합참 작전차장인 존 스터플림 해군 소장은 23일 “탈레반이 군대를 보호하기 위해 민간인 거주지나 사원에 숨는 작전을 펴고 있다는 보고가 들어오고 있다”면서 탈레반이 민간인을 방패막이로 이용하고 있다고 맞받아쳤다.
오폭이 잦은 것은 첨단무기라도 기술적결함과 인간적 실수를 피할 수 없기 때문으로 분석되고 있다. 레이저 빔을 이용해 목표물을 타격하는 레이저 유도 폭탄은 목표물에서 반경 10m를벗어나지 않는 정확도를 갖고 있지만 구름이 끼거나 폭우가 쏟아지는 등 기상 상황이 나쁘면 빗나갈 확률이 높다. 또 지구위치측정시스템(GPS) 위성을 이용하는 JDAM 폭탄도 기상이 나쁘면 목표물 위치를 담은 위성의 전자신호가 제대로 전달되지 못해 목표물에서 15~30m 나 빗나갈 수 있다.
1999년 유고 주재 중국 대사관 오폭처럼 잘못된 정보를 토대로 공습이 이루어질 수도 있고 폭격기 조종사가 실수를 할 수도 있다. 미국은 헤라트 오폭의 원인을 FA-18 호넷 전폭기에서 투하된 폭탄의 유도 시스템이 오작동을 일으켰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남경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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