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 의원들이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여권 실세의 비리연루 의혹을 실명으로 거론한 뒤 면책특권에 대한 시비가 심심찮게 일고 있다.시비를 거는 사람들 중에는 면책특권의 취지를 잘 알아 전혀 그럴 것 같지 않은 사람도 끼어있다. 신승남 검찰총장이 면책특권에 대해 시비를 건 것은 의외다.
■면책특권(Indemnity)은 헌법에 보장된 국회의원의 특혜적 지위이다.
헌법45조는 '국회의원은 국회에서 직무상 행한 발언과 표결에 관하여 국회 외에서 책임을 지지 아니한다'고 못 박고 있다.
의원에게 특혜적 지위를 굳이 헌법으로 보장하는 이유는 민주주의의 근간인 3권 분립의 정신을 살리기 위해서 이다.
법 이론가들은 막강한 행정부의 권력을 견제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의원들에게 이런 정도의 특혜적 지위를 부여해야 한다고 본 것이다.
■면책특권은 역대정권으로부터 여러 차례 시비의 대상이 됐다.
그 대표적 사례가 군사정권 시절인 86년, 유성환 의원의 국시 논쟁이다. 야당 소속이었던 그가 국회에서 "국시는 반공이 아니라 통일이 돼야 한다"고 한 발언내용이 문제가 됐는데, 당시 검찰은 꼬투리를 그의 발언내용이 담긴 유인물에서 잡았다.
기자들에게 배포한 유인물은 면책특권의 대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로 인해 구속 기소돼 재판을 받았으나 대법원은 공소기각으로 무죄 판결을 내렸다.
■면책특권이 우리만 있는 중뿔난 제도는 아니다.
언필칭 민주주의를 한다는 나라의 헌법에는 다 이런 조항이 있다. 미 영 불 독 일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심지어 중국과 예멘에도 있다.
중국 헌법 75조는 전국 인민대회 대표의 면책특권을 명시하고 있다. 면책특권으로 권력자의 비리의혹이 불거진 경우는 많다.
특히 제왕적 대통령제의 관행을 보이는 우리의 경우 면책특권이 효험을 발휘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절묘하게도 이번 야당 당사 압수수색이 행정부에 대한 견제 필요성을 거꾸로 입증한 것이라는 견해가 있다.
과거나 지금이나 정치풍토가 크게 달라진 것 같지는 않은데, 공연히 면책특권에 대해 시비를 걸 이유는 없을 것 같다.
이종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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