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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셜리 발렌타인' 공연 100회 김혜자 "셜리와 함께 있어 행복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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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셜리 발렌타인' 공연 100회 김혜자 "셜리와 함께 있어 행복해요"

입력
2001.10.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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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많이 나아졌지요? 처음에는 내가 봐도 얼마나 부끄럽던지…”21일 ‘셜리발렌타인’ 100회 공연을 마친 김혜자는 첫 공연날(6월 22일)처럼 떨림을 감추지 못했다.

하지만 마냥 긴장했던 그때와는 달리 수줍게나마 자신감이 배어 있다. 아마도 자연인 김혜자가 느끼는 감정들이 ‘셜리’에 유연하게 녹아들어갔기 때문이리라. 그는 이렇듯 미세한 떨림으로 사람들을 사로잡았다.

처음부터 기한을 정하지 않고 시작한 공연이었다.

“남들은 ‘그러면 사람이 안 올텐테…’라며 걱정했지만 사람 오는 거야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잖아요.”

그럼에도 연일 매진을 기록하며 지금까지 2만 3,000여 명이 다녀갔다. 개중에는 부산 광주 등 지방 관객은 물론 미국서 순전히 김혜자를 보기 위해 온 50대 여성도 있었다고 한다.

생기가 넘친다. 크고 검은 눈동자가 보석처럼 반짝인다.

“셜리를 만날 때 매번 느낌이 틀려요. 어떤 날은 남편 흉보는 장면에 더 신이 나기도 하고, 기분이 우울한 날에는 막 눈물도 나고 그래요.”

그럴 때마다 달라지는 관객 반응을 지켜보는 것도 재미있다. 막간 휴식시간 분장실에서는 늘 기대감에 두근거린다.

“왜 그리스 해변으로 무대가 바뀌어서 하얀 원피스 입고 나오잖아요. 그럼 관객이 ‘와’하고 탄성을 질러요.”

그는‘내가 살고 싶은 삶은 훨씬 전에 죽어버린’이라는 셜리의 대사를 읊조릴 때마다 몸서리가 쳐진다고 했다.

답답한 일상에 진저리났던 셜리처럼 21년 간 ‘한국의 어머니’로 갇혀 있다가 벼랑 끝에서 투신하는 심정으로 시작한 연극이었다.

지금 그는 “너무 행복하다”는 말을 연발하고 있다.

“사는 게 얼마나 단순해졌는지 몰라요. 아침에 극장에 와서 대본 연습하고, 공연 끝나면 집에서 책 읽고 음악 듣고…행복은 복잡한 거와는 거리가 먼 것 같아요.”

살림하듯 오밀조밀하게 극장도 챙긴다.

“분장실에 그림도 갖다 놓고, 집에서 예쁜 냅킨이나 양초 같은 것도 소품으로 가져오곤 하지요. 그래서 며느리가 내 가방을 보면 웃어요.‘어머니, 그런 거 백화점에 많이 있잖아요’라고. 하지만 어디 백화점 물건에서 그 느낌이 나나요?”

최근 이 공연을 연말까지 진행하기로 연출자(하상길ㆍ극단 로뎀 대표)과 합의했다. 내년 드라마 출연도 있고, 연말까지면 연극을 보고 싶은 사람들에게 다 보여줄 수 있으리라는 생각에서다.

6개월 모노드라마 공연은 연극계에서도 ‘가히 역사적인 일’로 꼽힌다.

“어느 분이 이 공연을 시작하기 전에 그랬어요. ‘셜리와 함께 낙엽을 보고 눈을 맞으시겠네요’라고. 그땐 설마 했는데…”

지긋한 어머니의 속내에 감추고 있던 소녀 같은 섬세한 떨림과 ‘여자’의 냄새. 김혜자는 셜리를 통해 마음껏 자신을 발산하고 있다.

양은경기자

key@ 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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